돈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유럽금융안정기금(이하 EFSF)이 25일(현지시간) 50억 유로 규모로 발행한 첫 채권입찰에 445억 유로(약 610억 달러)가 몰렸다. 스페인 국채 입찰에서는 3월물과 6월물에서 평균 80BP가 하락했다. 단기물에서 80BP가 하락하는 것은 쉽게 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이는 곧 시장을 억누르던 위기감이 아주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연재(38편. 궁(窮)하면 통(通)한다 편)에서도 이야기했듯이 EFSF가 남유럽 문제에 직접 나서서 개입한다면 아마 더 이상 나올 악재는 없을 것이다. 독일의 반대가 있지만 남유럽 채권의 만기가 집중되어 있는 3월 전후로 문제 해결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는 수일 째 강세를 보이고 있는 유로화를 통해 시장이 이미 이를 반영하여 움직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시장에 대한 핵심 키를 쥐고 있는 미국 고용시장의 문제도 해결될 조짐도 돈을 빠르게 움직이는 원인이 될 것이다. 2차 양적완화에 이어 감세안이 겹쳐지면서 미국의 2011회계년도 재정적자는 무려 1조 5000억 달러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들의 가처분소득 증가와 부의효과 등이 소비를 만들어 가고 있으며 이 소비가 채용을 자극하는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보스 포럼에서는 미국의 재정적자 감축 의도가 명확하지 않다고 불평을 쏟아내고 있긴 하지만, 미 정부는 일단 소비를 자극해 총수요를 늘리자는 의지를 분명하게 표명하고 있다. 또한 25일(현지시간)부터 26일까지 이틀에 걸쳐 진행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아직은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한다는 생각을 굳히고 있어, 적어도 재정 통화정책 측면에서의 지원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이러한 환경이 조성되도록 가장 강력하게 변화를 시도한 사람은 바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다. 그가 지금까지 기업에 대한 제재와 의료보험 등 확대를 통해 부의 분배에 힘써 온 자신의 정치적 색깔을 모두 버리고 기업친화적인 자세로 바꾸면서 시장은 더욱 활기를 찾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지난 25일 발표된 컨퍼런스보드 1월 소비자 신뢰지수가 60.6을 기록해 적어도 고용시장 개선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또한 26일에는 신규주택 매매가 예상치를 뒤집고 큰 폭으로 개선되었다. 신규주택은 기존주택에 비해 건수가 현저히 적지만 새로운 가구가 들어가고 건설부문의 고용을 증대시킨다는 점에서 훨씬 긍정적이다. IMF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선진국 진영에서의 GDP성장률이 크게 상향조정되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의 변화가 이제 바야흐로 회복에서 성장의 시기로 전환될 수 있음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