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어제 금융위기 이후 변화된 우리 금융산업의 모습을 발표했다. 위기 상황에 대응해 시장 유동성을 공급하고 자본확충이 신속하게 이뤄진데다 경기회복 추세로 금융산업이 정상화를 이뤘다는 내용이다. 금융회사들의 경영실적이 호전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런 평가가 나올 만도 하다. 하지만 기업구조조정이 지속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취약한 부문의 부실이 늘면서 자산건전성 지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게 심상치 않다. 금리마저 오름세를 타면 가계의 빚 상환부담이 가중되고 금융사의 건전성이 훼손될 위험성도 높다. 위기극복의 성과에 안주할 형편이 못된다는 얘기다.

김석동 신임 금융위원장이 가계대출의 안정적 관리와 부실 우려가 있는 PF 대출의 신속 정리를 강조한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는 작년 9월 말 현재 770조원에 달하고 자영업자 부채까지 포함하면 올해 10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어서 이자 부담이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우려된다. 부동산 PF 부실의 심각성은 저축은행에서 이미 현실화돼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예금보험기금이 바닥난 상태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은 이 문제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을 확실하게 제거해야 한다. 금융사들이 부실 여신 증가로 자산건전성을 위협받게 되면 정상적인 자금공급이 어려워진다. 상태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선제 조치가 필요하고 그런 점에서 금융위의 새로운 리더십이 절실하다.

김 위원장은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로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했었다. 이 때문에 부당한 경영간섭 등 금융당국의 잘못된 관치가 되살아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금융시장 불안을 사전에 막기 위한 적극적인 대처는 불가피하다. 가계나 기업,금융회사의 부실 요인을 민감하게 감지해 선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필요한 경우 감독권을 적극 발동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