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에 참여한 부동산 전문가들과 베스트공인들 가운데 93.1%(175명)는 전셋값 상승세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전문가 25명 가운데 전세시장 하락세를 예상한 응답자는 한 명도 없었다.

전셋값 상승세를 예상한 주요 근거는 입주물량 감소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입주물량은 작년 16만8144채에서 올해 10만8573채로 35%가량 줄어든다. 내년 입주물량도 올해보다 감소할 전망이다.

분양대행업체인 내외주건의 김신조 대표는 "입주물량이 크게 줄어 전셋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여기에 작년에 지지부진했던 수도권 재개발 · 재건축 사업이 올해부터 속도를 내면 이주 수요 증가로 전세난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김일수 씨티은행 부동산팀장은 "재개발 등으로 주택 멸실 물량이 당초 예상치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여 현재 추세대로라면 향후 3년 정도는 전셋값이 떨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셋값 상승률에 대해서는 '작년보다 10% 이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전셋값 전망은 집값 전망과 마찬가지로 지역별 차이가 있는 만큼 일반적으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에서 이는 이례적이다. 주택전문 개발회사인 피데스개발의 김승배 사장은 "전세 시장은 입주물량에 좌우되는 성격이 강하다"며 "작년보다 최소한 두 배 이상 오른 12% 선에 육박할 것"이라고 답했다. 나머지 전문가들은 2~7% 정도의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가 전세난의 대안으로 내세운 도시형 생활주택 보급 확대 정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았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은 "최근 전세를 구하는 수요자들은 대부분 3~4인 세대가 많아 1~2인용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전세 수요를 흡수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입주물량 감소와 주택시장 침체로 전세 수요가 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세난이 단기 문제를 넘어 중장기적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은 전문가도 있다. 부동산컨설팅업체인 서울부동산경제연구소의 최문섭 소장은 "전반적으로 매수세가 크게 둔화된 상황이어서 전세 수요가 갈수록 풍부해질 것"이라며 "자가(自家) 수요가 대부분 임대수요로 재편된 일본의 사례처럼 우리나라도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전세가격을 밀어올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