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투쟁 열흘을 맞은 민주당이 투쟁동력 잇기에 부심하고 있다.

`예산 날치기'에 퇴로 없는 투쟁을 선언했지만 한겨울 `거리의 정치'가 장기화되면서 긴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일단 오는 28일까지 예정된 전국 순회투쟁 일정을 소화한 뒤 1월에도 장외투쟁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연말연시 의원 동원이 쉽지 않은데다 한파 속에서 여론 호응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은 여건이다.

민주당이 소속 의원들에게 `외유 금족령'을 내리며 집안단속에 나선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지도부의 강경기조에도 불구, 중도파를 중심으로 `폭력국회'에 대한 자성론이 고개를 드는 등 내부에서는 이미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장외투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손학규 대표가 천막에서 한뎃잠을 자며 강행군을 벌이고 있지만 당 일각에선 "손학규만 보이고 당은 안 보인다"는 말도 돌고 있다.

더구나 군이 예정대로 연평도에서 사격훈련을 재개, 다시 안보정국이 조성되면 장외투쟁 자체를 전면 재검토해야 할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선 서서히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수도권 중진은 19일 "피로도가 누적되는 게 사실"이라며 "지금 같은 방식으로 계속 끌고 가긴 어려워 보인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실제 지도부도 내년 1월부터 당이 총동원돼 대규모 장외집회를 여는 현 방식에서 벗어나 손 대표를 중심으로 테마별로 현장을 파고드는 쪽으로 투쟁 방식 전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여권의 친서민 행보를 겨냥, 당내에 복지, 서민경제, 남북관계 등 분야별 특위를 가동해 `맞불'을 놓고 차별화를 시도한다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혹한속 극한투쟁으로 배수진을 친 채 야당의 구심점을 자처하고 있는 손 대표로서는 `빈 손'으로 돌아올 경우 지도력에 상처가 불가피해 부담이 적지 않은 형편이다.

손 대표는 조만간 당내 야권통합 특위도 구성, 이번 투쟁을 계기로 2012년 총선, 대선을 겨냥한 야권연대의 틀을 마련한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민주노동당 등 다른 야당에선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마뜩치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한 핵심인사는 19일 "예산안의 문제점이 알려지면서 중간층도 우리편으로 돌아서고 있고, 예산이 본격 집행되기 시작하면 국민이 복지.민생 예산 삭감을 피부로 느끼게 돼 대여전선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출구' 논의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