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스마트 파워 외교' 담은 청사진…군사력 동원 필요없는 문민 예방외교 초점

미국 국무부는 15일 전 세계적인 분쟁해결, 빈곤극복, 글로벌 현안해결 등을 위해 외교관과 민간 전문가들의 역량을 결집, `문민 파워'를 강화해 나가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사상 첫 '4개년 외교.개발 검토 보고서(QDDR)'를 발표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이날 청사에서 국무부 직원들과 싱크탱크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타운홀 미팅을 열어 이런 내용이 담긴 QDDR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날 베일을 벗은 QDDR 보고서는 클린턴 장관의 지시에 따라 지난 14개월간의 연구기간을 걸쳐 완성된 것으로, 클린턴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강조한 '소프트 파워 외교'의 이행방안과 목표를 집대성한 것이다.

국방부의 4개년 국방정책검토(QDR) 보고서가 미국의 국방전략, 군구조, 군현대화 계획, 국방예산 등에 대한 종합평가보고서라면, 이번에 처음 선보인 QDDR 보고서는 미국의 외교관, 국제원조 개발전문가, 민간외교단체 등의 인력과 자원을 결집해 책임있고, 효율적이며 생산적인 민간외교를 이행하기 위한 청사진이라고 볼 수 있다.

QDDR는 "미국의 국가 이익과 가치를 발전시키고, 21세기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미국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외교관과 개발분야 전문가들을 미국 외교의 전면에 얼굴로 내세워야 하며, 이런 노력은 문민의 힘을 통해서 이뤄져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문민 파워'를 "연방정부와 민간사회에 두루 퍼져있는 민간인 신분 직원들의 총합"이라고 규정하고, 국제적인 분쟁해결, 빈곤국가들의 안정된 민주주의 국가로의 전환, 글로벌 이슈 해결을 위한 국제적인 연대 구축 등을 위해 `문민 파워'의 외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를 위해 국무부와 국제개발처(USAID)에서 활동할 외교관 등 5천500명의 신규 인력을 확충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문민 파워를 통한 국제적인 분쟁 해소 문제와 관련, 보고서는 "(군인이 아닌) 민간인들이야말로 해외 방위의 최일선에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분쟁예방과 대응을 문민활동의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국무부내에 '분쟁 및 안정화 활동국(局)'을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군사력을 우선적으로 사용해 국제사회의 반발을 샀던 조지 부시 전 행정부의 `하드 파워 외교'와 단절하고, 문민 외교활동을 강화해 분쟁의 가능성을 일차적으로 차단해나겠다는 클린턴 장관의 대외정책 기조를 반영한 것이다.

클린턴 장관은 이날 타운홀 미팅 연설에서 "올바른 수단과 훈련, 리더십이 갖춰진다면 우리 외교관들과 개발 전문가들은 갈등이 폭발하기 전에 위기상황을 진정시킬 수 있으며, 경제성장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고서는 해외에서 민간 외교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각국에 파견된 대사에게 각급 행정부처 파견 주재관들을 통할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도록 했다.

클린턴 장관은 "우리는 부처간 벽을 허물어 내는 것은 물론 일의 중복을 피해 우선순위를 정한 뒤 이에 맞춰 예산을 집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클린턴 장관은 최근 발생한 `위키리크스'의 국무부 외교전문 대량 폭로파문과 같은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해 `사이버 안전 특별조정관'을 신설, 국무부의 직원들과 네트워크망, 기밀서신을 보호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국무부내에 ▲제재 및 불법자금 담당 특별조정관 신설 ▲경제성장, 에너지, 환경 담당 차관 신설 ▲민간 안보, 민주주의, 인권 담당 차관 신설 등도 제안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공화당이 국무부 및 해외원조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벼르고 있는데다 `문민 파워' 제고에 든든한 우군이었던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내년초 퇴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QDDR의 청사진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회의적인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날 QDDR 발표를 위한 타운홀 미팅이 시작되기 전 클린턴 장관을 비롯한 참석자 전원은 최근 타계한 리처드 홀브룩 전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특사를 기리는 묵념을 함으로써 QDDR 보고서를 사실상 고인에게 헌정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ks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