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은 1일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42)이 사장으로 승진하면 그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새로운 10년의 변화는 어느 때보다 빠르기 때문에 더 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삼성본관에서 열린 '2010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2008년 가을 준공한 삼성 서초사옥에 이 회장이 방문한 것은 처음이며 부인 홍라희 여사와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이서현 제일모직 전무 등이 함께했다.

◆이 부사장 역할은 커질 것

이 회장은 서초사옥 첫 방문 소감을 묻자 "너무 오래 안 나왔다 싶어서 앞으로 자주 나오겠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 어떤 역할을 맡길 것이냐는 질문에 "자기 능력껏 할 것"이라며 "폭은 더 넓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 회장이 아들인 이 부사장에게 자신의 경영 능력을 펼쳐보일 기회를 주겠다는 뜻으로 들렸다. 삼성 일각에서는 활동폭이 넓어진다는 것은 단순한 삼성전자 사장이 아닌 그룹을 이끌 경영자로서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뜻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부진,이서현 전무의 승진에 대해서는 "계열사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도 부사장으로 동반 승진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 회장은 이어 "그룹조직과 사장단 인사는 될 수 있는 대로 빨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내년 경영화두에 대해서는 속도와 긴장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21세기의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데 예전의 10년과는 달리 굉장히 빠르게 온다"며 "정신을 차리고 저도 임직원도 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기,변신,기회를 항상 강조해온 이 회장이 올 들어 '21세기'란 표현을 자주 쓰기 시작한 것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삼성인상은 갤럭시S,반도체가 휩쓸어

3년 만에 이 회장이 수여한 자랑스런 삼성인상은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부와 무선사업부(휴대폰) 직원들이 절반 이상을 받아갔다. △공적상 △디자인상 △기술상 △특별상 등 4개 부문 9명의 수상자 가운데 5명이 삼성전자 소속이었다.

공적상은 대형거래선과 반도체 장기계약을 성사시킨 미국 반도체판매법인 존 세라토 전무(시니어바이스프레지던트),D램 공정기술을 개발해 세계 최고의 제조경쟁력을 갖추는 데 기여한 이태우 반도체사업부 수석이 받았다.

아랍에미리트(UAE) 국영석유사로부터 창사 이래 최대 규모 플랜트 수주를 성사시킨 전광용 삼성엔지니어링 상무(석유화학사업본부장)와 슈퍼아몰레드를 단기간에 주력제품으로 성장시킨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OLED 제조팀장인 남효학 상무도 공적상을 수상했다.

세계 최초로 32나노 공정을 사용한 모바일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개발한 윤종식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파운드리사업팀 상무와 갤럭시S를 개발한 노태문 무선사업부 상무는 기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성식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디자인그룹 수석은 갤럭시S의 UX(사용자경험) 디자인을 주도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일조한 공로를 인정받아 디자인상을 받았다. 특별상은 협력업체인 원익의 이용한 회장과 임무현 대주전자재료 회장에게 돌아갔다.

김용준/김현예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