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교체가 결정된 김태영 국방장관 후임에 김관진 전 합참의장을 내정했다. 지금은 준전시와 다름없는 상황이고 보면 우리 군의 안보태세에 조금의 빈틈이라도 생기지 않도록 김 내정자에 대한 국회 청문절차를 한시라도 빨리 서둘러야 할 것이다.

문책인사의 성격을 갖는 이번 국방장관 교체를 두고 이 시점에서 과연 적절한 조치냐는 논란이 물론 없지 않다. 하지만 지난 3월 천안함 사태 이후 김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고,그 이후 군의 사고가 잇따르는 등 기강에 대한 문제 제기가 그치지 않았음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일이라고 본다. 이번 북한 연평도 공격에 대한 대응 또한 총체적 부실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북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고 보면 우리 정부와 군이 대북 억제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반적인 국방시스템 개혁의 계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중요한 것은 국방장관 교체 등 인적쇄신도 중요하지만 그것에 그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 군의 안보 개념,국방을 담당하는 조직과 전력배치 시스템,무기획득 체계 등에 대한 전반적이고 근원적인 혁신이 시급하다는 점을 이번 사태가 일깨워줬다. 우리 영토에 대한 적의 직접적인 공격에 맞서고 확실한 전쟁 억지력을 확보하려면 압도적인 전력 우위와 즉각적인 대응조치가 뒤따라야 하는데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임이 이번에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납득하기 어려운 일은 이 뿐만이 아니다. 북의 포격 원점인 해안포를 정밀타격할 전투기 가동이 필수적인데도 교전규칙에 묶여 되돌아와야 했고,연평부대 대포병레이더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우리 측이 응사한 K-9 자주포의 숫자조차 발표할 때마다 6문,4문,3문으로 말이 바뀌었다.

이런 허술한 안보태세로는 결코 우리 영토를 지키고 국민의 안전을 확보할 수 없다. 확실한 전쟁 억지력을 갖추기 위해 작전개념부터 바꿔야 하고,전반적인 안보시스템을 일신하고 정비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얘기다.

차제에 우리 군의 무기획득 시스템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대대적인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첨단전력이라던 K-21 장갑차가 근본적인 설계 및 제작 결함으로 시험 운영 중에 물에 가라앉고, K-1 전차의 포신이 갈라지는 등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은 우리 무기획득 체계의 총체적 부실을 드러내고 있다.

국방시스템 개혁은 북의 도발에 대한 즉각적이고 막대한 타격능력을 확보하고,그럼으로써 더 이상의 도발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만드는 방향이어야 함은 두말할 게 없다. 이를 위해 전력증강과 첨단 무기획득을 위한 예산 투입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