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뮤지컬계에서 가장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두 여가수가 다음 달 나란히 무대에 오른다. 원조 걸그룹 '핑클'과 'S.E.S.' 출신의 옥주현씨와 최성희(바다)씨가 각기 '아이다'와 '금발이 너무해'의 주인공으로 나서 선의의 경쟁을 벌인다.

옥주현씨는 2005년 뮤지컬 데뷔작인 '아이다'의 여주인공 역을 다시 맡았다. 한 번 연기했던 인물인데다 한 배역을 다른 배우와 나눠 연기하는 더블 · 트리플 캐스팅이 아니라 120회 공연을 혼자 책임지기에 집중도와 자신감이 필요한 무대다. 옥씨는 "그때는 못 보여준 것이 많았다"며 "조금 더 실력과 자세를 갖췄을 때 반드시 다시 하고 싶었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베르디의 오페라로 유명한 '아이다'는 이집트 파라오의 딸인 암네리스와 피지배 민족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두 여인이 사랑하는 장군 라다메스의 삼각관계를 다룬 비극적인 사랑 얘기다. 엘튼 존이 뮤지컬 음악을 맡아 2000년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처음 선보였다.

노을이 지는 나일강 전경과 강물에 비친 야자수 등을 표현해 낸 무대 세트와 화려한 조명,아프리카 색채와 록 장르가 뒤섞인 뮤지컬 넘버들이 돋보인다. 미국 초연 당시 토니상 작곡상과 무대디자인상 등을 받아 작품성도 탄탄하다. 요즘 인기가 높은 박칼린 음악감독이 외국인 연출가와 짝을 이뤄 국내 협력연출가로 나선 작품이기도 하다. 12월14일~내년 3월27일,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4만~12만원.

최성희씨는 상큼하고 발랄한 코미디 뮤비컬(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를 선택했다. 작년 11월 국내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반응이 좋아 올해 두 번째 시즌을 맞았다. 2007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 작품.

신상품 옷과 다이어트,핑크색 장식을 좋아하는 부잣집 금발 아가씨 엘 우즈가 남자친구에게 차인 후 그를 따라 하버드 로스쿨에 진학한다는 내용이다. '금발은 멍청하다'는 선입견을 깨고 변호사로 성공하는 과정이 유쾌하다. 번역극이지만 완전히 한국식 유머로 탈바꿈시킨 덕분에 시종일관 관객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는 게 장점이다.

최씨는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내달 공연부터 출연할 계획이다. 이달 공연의 엘 우즈 역할은 최씨와 함께 캐스팅된 탤런트 김지우씨가 맡는다. 내년 3월20일까지,코엑스 아티움,5만~9만원.

두 사람은 공통점이 많다. 2003년 창작 뮤지컬 '페퍼민트'를 통해 데뷔한 최씨가 '텔미 온 어 선데이''미녀는 괴로워''노트르담 드 파리'를 거치며 실력을 쌓은 것처럼 옥씨도 2005년 이후 '브로드웨이 42번가''캣츠''시카고''몬테크리스토' 등에 출연하며 뮤지컬계에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둘 다 그룹의 메인 보컬 출신으로 뛰어난 노래 실력을 갖고 있어 뮤지컬에 진출해서도 신인상과 여우주연상,인기상 등을 받았다. 여성 관객이 많기 때문에 남자 배우의 중요도가 높은 뮤지컬 시장에서 가수 출신 두 여배우의 흥행몰이가 기대된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