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화·김남윤 씨가 1대1로 가르쳐요"
이들은 모두 한국예술영재교육원(원장 이영조) 출신이다. 어떻게 가르치기에 이런 인재들이 탄생한 것일까.
한국예술종합학교 부설기관으로 2007년 9월 개원한 이곳에선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첼리스트 정명화,발레리노 김용걸씨 등 음악 · 무용 · 전통예술 분야의 거장들이 학생들을 1 대 1로 지도한다. 음악 영재에게 미술 수업을 듣게 하고,국악 전공자에게는 클래식 연주회 감상문을 쓰도록 한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창의력과 독창성을 키우는 통합교육을 중시하는 것이다.
"대학 입시에 매달리는 예술중 · 고교 체제에선 세계적인 예술가를 양성하기 힘들어요. 예술 영재의 독창성을 키우는 데는 다양한 분야의 경험이 필요합니다. 얼마 전 작곡을 전공하는 학생이 인상파 화가의 전시회에 다녀온 뒤 피아노를 연주하는데 인상주의 작곡가인 드뷔시의 독특한 페달 사용법을 이제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하더군요. 이런 영재 교육법은 과학과 예술을 동시에 가르치는 이스라엘 등의 영재학교에서는 보편화돼 있죠."
이영조 원장(67)은 통합교육의 필요성을 이같이 설명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장을 지낸 그는 오페라 '황진이' 등을 쓴 작곡가이자 교육가다. 그는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한국에서도 모차르트 같은 인재가 나와야 한다"며 "세기의 예술가들에게 그들의 재능을 발굴하고 키워준 후견인이 있었던 것처럼 천재를 기르는 환경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백건우 · 정경화씨처럼 개인의 노력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이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예술 영재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술영재교육원은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라 초등 4학년~고교 1학년을 대상으로 음악 · 무용 · 전통예술을 가르친다. 1주일 동안 방과 후 2시간,토요일 3~5시간 수업한다. 강의는 개인 레슨,합동 레슨 등 실기 수업뿐만 아니라 각 분야의 이론 수업도 곁들인다.
전신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정원 400명)에 비하면 소수정예 교육이 특징이다. 올해 초 61명의 첫 수료생을 배출했고 현재 130명이 공부하고 있다. 전액 국비로 운영되며 1인당 연간 교육비로 전통예술 분야 600만여원,음악 분야 500만여원을 지원한다.
교육생은 개별 심층 면접,그림 보고 연주하기 등 다양한 검증 절차를 통해 1년 단위로 선발한다. 기존의 교육생도 1년 뒤에 다시 시험을 치러야 한다. 현재 2기 학생 중 80%만 1기 수료생 출신이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뛰어난 아이들이 뽑힙니다. 초등학교 5학년인 한 학생은 면접 때 '얼음이 녹으면 뭐가 되냐'는 질문에 '봄이 온다'고 답했어요. 이런 능력을 계속 키워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죠."
독일 유학 시절,아이들이 음악을 쉽게 배울 수 있는 예술교육 환경이 부러웠다는 그는 "유럽 등 예술 선진국은 영재 교육에 투자를 많이 하면서 모든 학생들의 재능을 키우고 있다"며 "우리도 경제 성장만큼이나 예술 분야에 관심을 쏟을 때"라고 강조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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