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연소(16세)로 1시간이 넘는 오페라 '어여쁜 노랑나비'의 모든 노래와 대본을 써서 최근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린 김준현군,지난해 14개국 200여명이 참가한 주니어 차이코프스키 국제음악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한 김수연양,베를린 국제무용콩쿠르 주니어 부문 금메달 수상자 정은영양….

이들은 모두 한국예술영재교육원(원장 이영조) 출신이다. 어떻게 가르치기에 이런 인재들이 탄생한 것일까.

한국예술종합학교 부설기관으로 2007년 9월 개원한 이곳에선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첼리스트 정명화,발레리노 김용걸씨 등 음악 · 무용 · 전통예술 분야의 거장들이 학생들을 1 대 1로 지도한다. 음악 영재에게 미술 수업을 듣게 하고,국악 전공자에게는 클래식 연주회 감상문을 쓰도록 한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창의력과 독창성을 키우는 통합교육을 중시하는 것이다.

"대학 입시에 매달리는 예술중 · 고교 체제에선 세계적인 예술가를 양성하기 힘들어요. 예술 영재의 독창성을 키우는 데는 다양한 분야의 경험이 필요합니다. 얼마 전 작곡을 전공하는 학생이 인상파 화가의 전시회에 다녀온 뒤 피아노를 연주하는데 인상주의 작곡가인 드뷔시의 독특한 페달 사용법을 이제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하더군요. 이런 영재 교육법은 과학과 예술을 동시에 가르치는 이스라엘 등의 영재학교에서는 보편화돼 있죠."

이영조 원장(67)은 통합교육의 필요성을 이같이 설명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장을 지낸 그는 오페라 '황진이' 등을 쓴 작곡가이자 교육가다. 그는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한국에서도 모차르트 같은 인재가 나와야 한다"며 "세기의 예술가들에게 그들의 재능을 발굴하고 키워준 후견인이 있었던 것처럼 천재를 기르는 환경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백건우 · 정경화씨처럼 개인의 노력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이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예술 영재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술영재교육원은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라 초등 4학년~고교 1학년을 대상으로 음악 · 무용 · 전통예술을 가르친다. 1주일 동안 방과 후 2시간,토요일 3~5시간 수업한다. 강의는 개인 레슨,합동 레슨 등 실기 수업뿐만 아니라 각 분야의 이론 수업도 곁들인다.

전신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정원 400명)에 비하면 소수정예 교육이 특징이다. 올해 초 61명의 첫 수료생을 배출했고 현재 130명이 공부하고 있다. 전액 국비로 운영되며 1인당 연간 교육비로 전통예술 분야 600만여원,음악 분야 500만여원을 지원한다.

교육생은 개별 심층 면접,그림 보고 연주하기 등 다양한 검증 절차를 통해 1년 단위로 선발한다. 기존의 교육생도 1년 뒤에 다시 시험을 치러야 한다. 현재 2기 학생 중 80%만 1기 수료생 출신이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뛰어난 아이들이 뽑힙니다. 초등학교 5학년인 한 학생은 면접 때 '얼음이 녹으면 뭐가 되냐'는 질문에 '봄이 온다'고 답했어요. 이런 능력을 계속 키워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죠."

독일 유학 시절,아이들이 음악을 쉽게 배울 수 있는 예술교육 환경이 부러웠다는 그는 "유럽 등 예술 선진국은 영재 교육에 투자를 많이 하면서 모든 학생들의 재능을 키우고 있다"며 "우리도 경제 성장만큼이나 예술 분야에 관심을 쏟을 때"라고 강조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