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품에 다시 안긴 현대건설은 2001년 3월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가면서 현대그룹에서 떨어져 나왔다. 2000년 정몽구 현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간 '왕자의 난'이 터진 뒤 곧바로 유동성 위기가 온데 따른 것이다.

현대건설은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간 지 5년 만인 2006년 5월 공동관리에서 벗어나 독자 생존의 길을 걸었다.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과 경영 정상화 작업이 이뤄졌다.

2001년 영업적자가 4000억원에 육박했던 현대건설은 2002년 195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턴어라운드' 한 뒤 2003년 3071억원, 2004년 3161억원, 2005년 4362억원으로 이익 규모를 키웠다.

채권단은 공동관리 조기종결 이후 수차례 매각 작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옛 사주 문제를 이유로 매각에 반대했고, 시장 상황도 여의치 않아 번번이 매각은 무산됐다. 2008년 하반기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가가 폭락, 매각 기회를 찾지 못했다.

현대건설의 매각이 다시 본격화 된 것은 올 봄부터다. 대우건설 처리 문제가 가닥이 잡히면서 현대건설의 M&A가 논의되기 시작했다.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이후 현대건설 지분을 떠안은 정책금융공사도 외환은행 등 채권단의 매각 요구를 받아들여 옛 사주 문제 또한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4년 넘게 표류했던 현대건설 주인찾기 작업은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과 정몽구 회장이 이끄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범(汎) 현대가' 간 경쟁 속에 결국 현대그룹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채권단은 2010년 11월 16일 우선협상대상자에 더 좋은 가격을 제시한 현대그룹을 선정했다.

채권단은 이후 세부실사와 양해각서(MOU) 체결 등을 진행, 이르면 올 연말이나 내년 초 본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