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의 재정 위기설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투자자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일랜드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1일 9%에 달해 3주 전의 6%에 비해 3% 포인트 가량 높아졌다.

아일랜드 10년물 국채와 안정된 독일 10년물 국채와의 수익률 차이(스프레드)도 사상 최고인 652 bp를 기록했다.

한 달 전 구제금융이 투입된 아일랜드 은행들의 이날 주가는 9% 포인트 가량 일제히 떨어졌고 아일랜드 은행에 자금이 물려 있는 영국의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의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아일랜드의 국채 수익률은 9월 말 이래 지속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집행위원장은 이날 직접 나서 "아일랜드로부터 아무런 재정적 요청이 없었다"고 전제한 뒤 "우리는 필요할 경우 동원할 모든 필수적인 수단들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적자를 줄이려는 아일랜드 당국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브라이언 레니한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EU의 공고한 결속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환영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그동안 재정난 타개를 위해 공무원 임금과 정부 지출을 줄이는 등의 긴축재정을 추진해왔으며 다음 달 7일 추가로 150억 유로의 정부 지출 삭감 방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아일랜드는 그리스와 달리 내년도 중반까지 만기 채권을 상환할 자금을 확보하고 있어 유동성 위기가 당장 발등의 불은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시장이 아일랜드 같은 나라들의 디폴트 위기를 과대 평가하고 있다"면서 "실제 지난 20년간 스프레드가 1천 bp 이상 올랐던 36건 가운데 오직 7건만 디폴트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아일랜드가 돈을 빌리는 데 드는 금리를 시급히 낮추지 못한다면 결국은 외부에 손을 벌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부실 은행에 대한 지원금 투입이 더 늘어날 수도 있고 주택경기 침체와 경기 침체도 이어지고 있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 9월 말 부실은행에 대해 추가로 구제금융 자금을 투입하면서 올해 아일랜드의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사상 최대인 32%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연내 조기 총선을 통해 현재 연립정부가 간신히 과반을 장악하고 있는 정치적 불안을 해소한 뒤 힘있는 긴축정책을 전개해야 시장의 불안을 진정시킬 수 있다는 주장까지 대두되고 있다.

(런던연합뉴스) 이성한 특파원 ofcour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