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 어느 때건 시장은 어렵다.미국 중간선거와 11월 FOMC가 끝나면 금융시장 방향성이 좀 더 뚜렷해질 수 있을것이란 기대도 없지 않았다.하지만 막상 연준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가 내년 6월 말까지 6000억달러의 규모로 이뤄질 것이란 사실이 확인되고 나자 오히려 시장 흐름은 더 애매해지고 불투명해지는 느낌이다.

미국이 달러화를 더 찍어내기로 했다.이에 따른 제일감(第一感)은 당연히 달러화 약세의 지속이요,세상에서 가격이 형성되는 것이라면 미 달러화 가치를 빼곤 다 올라야 마땅하다.그러나 글로벌 증시는 FOMC 이후 이틀 정도의 환호 이후 불안한 흐름을 연출하고 있다.(국내 증시는 ‘차분한’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가치는 이틀 정도의 추가 하락 이후 오히려 강세로 반전되는 양상이다.8월 27일 벤 버냉키 FRB 의장의 ‘잭슨홀 연설’ 이후 두 달 넘게 국내외 금융시장을 지배해 왔던 ‘추가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라는 재료는 이제 생명을 다한 듯 하다.그럼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올해와 새해 벽두에는 무엇을 이슈로 삼아 시장은 또 하루하루를 꾸려 나갈까?

우선 이번 주말에 공동성명이 발표될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국제적 환율 갈등과 관련한 보다 진전된 합의가 나올 수 있을 것인지를 살펴야겠다.의장국으로서 한국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신흥국 개발 의제와 글로벌 금융 안전망 구축 의제로 압축되는 이른바 ‘코리아 이니셔티브’의 진지한 논의를 주도할 것이다.

시장의 관심은 지난 10월 경주 회의에서 언급된 경상수지에 대한 ‘예시적 가이드 라인’이 좀 더 구체성을 띤 합의로 나올 것인가 여부다.경주 회의에서 언급된 바 있는 각국 GDP 대비 ±4%와 같은 구체적 수치가 제시되든지,이번에도 느슨한 개론적 합의 수준에 그치든지 우리가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것은 합의 이후 시장의 반응이다.상식적으로 중국을 비롯한 대미 무역흑자가 큰 나라들의 통화가 절상돼야 마땅한 합의가 나왔음에도 시장이 그렇게 가지 못한다면 당위론보다는 시장 흐름 즉 현실을 쫓아가야 한다.

두 번째로는 G20 정상회의 이후 구체성을 띨 한국 정부의 외국인 자본 유출입 변동 완화 ‘규제(regulation)’다.급격한 외국자본의 유입과 일정 기간 지난 뒤 그 해외자본들의 급격한 유출은 주가,금리,환율 등 금융시장 가격의 변동성을 필요 이상으로 키우면서 시장의 혼란과 국부 유출을 야기했기에 정부는 최소한 그러한 폐해를 줄여보겠다는 취지에서 규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한 과세를 부활하고 비예금 부채에 대해 은행세를 부과한다거나 외은 지점들의 선물환 포지션 규제를 좀 더 타이트하게 가져간다는 식으로 이미 발표 시점만 G20 회의 이후 적절한 시기를 조율하고 있을 뿐 이미 그 골격은 다 형성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이 또한 일찌감치 시장에 노출된 재료이기에 규제책 발표 이후 국내 금융시장의 반응을 확인해야 한다. 세 번째로는 ‘버냉키의 집념’과 시장의 오래된 속성 중 어느 쪽이 더 센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국내외적으로 증시,채권시장,외환시장,원자재시장 할 것 없이 모든 시장에서 차트 상으로는 추세 반전이 임박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다이버전스(divergence)’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이를테면 주가는 고점을 높여가지만 MACD,RSI 등과 같은 기술적 보조지표들의 고점은 낮아지고 있다거나 환율은 저점을 낮춰가지만 기술적 지표들의 저점은 올라가는 식이다.또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라(Buy on rumor,sell on fact)’는 수백년 묵은 시장의 투자격언도 한 번쯤 떠올릴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과연 ‘돈만 찍어내면 디플레는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는 버냉키의 고집에 가까운 신념이 이번 기회에 모든 기술적 분석 교과서를 폐지로 만들고 오랫동안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 왔고 또 틀린 적도 없었던 시장 격언을 무색하게 만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네 번째로는 연말이라는 계절적 변수를 감안해야 한다.지금은 한 해 비즈니스를 마무리 해야 하는 시점이다.점점 시장 참여자들의 호흡이 짧아져 가고 있는 현대 금융시장에서 해 넘기기 전에 막대한 평가익을 실현익으로 확정시킬 필요가 있는 세력들이 적지 않다.해 바뀌어서도 올해의 추세가 도도한 흐름으로 재개될지언정 연말을 넘기는 과정에서 시장은 적어도 조정(correction) 차원에서의 추세 흔들림은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음에 주의가 요구된다.

내년에는 글로벌 금융시장을 주도해 나가는 메이저 플레이어들이 또 무슨 이슈를 들고 나오고 어떤 새로운 패러다임을 발굴해 시장을 채찍질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살펴도 될 듯 하다.한 달 남짓 남은 기간,시장은 추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세력들과 금년을 지배해 온 추세는 이미 마무리되었다고 보는 세력 간의 팽팽한 공방으로 채워질 듯 하다.

그만큼 끝까지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고,시장 참여자들은 체력 안배에도 신경 써야 할 때라 본다.

이진우 < NH 투자선물 리서치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