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드워드 기밀 방치..고위층은 눈감고, 실무자엔 강경대응"

미국 연방정부가 언론에 북한의 추가 핵실험 정보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한국계 핵전문가 스티븐 김(43.한국명 김진우)을 `간첩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것은 국가기밀 누설문제에 `이중잣대'를 적용한 과잉대응이라는 비판이 미국 언론에서 제기됐다.

미 NBC 방송의 마이클 이시코프 기자는 18일 `백악관의 기밀누설 조사의 이중기준'이라는 기사를 통해 오바마 행정부가 '오바마의 전쟁'을 집필한 워싱턴 포스트 밥 우드워드 기자에 대한 고위층의 기밀누설은 문제삼지 않고 스티븐 김과 같은 실무관리의 기밀누설에는 강경대응하고 있다며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바마의 전쟁'(Obama's War)은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기자인 유력언론인 우드워드가 지난해 아프간전쟁 전략 재검토과정에서 미 행정부내 비밀회의에서의 오바마 대통령과 고위인사들의 발언들을 바탕으로 오바바팀내 논쟁을 폭로한 저서이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은 우드워드가 대통령이나 중앙정보국(CIA) 국장 같은 고위층으로부터 기밀을 제공받지 않는 한 확보할 수 없는 극비사실이 담겨 있음에도 이 사안은 스티븐 김 사건과는 반대로 기밀누설 사건으로 다루지 않고 있다는게 이시코프 기자의 문제의식이다.

스티븐 김은 미 국립핵연구소인 로런스 리버모어의 연구원으로서 국무부 분석관으로 파견근무하던 지난해 6월 폭스뉴스 기자를 만나 북한 핵실험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시코프 기자는 "오바마 행정부는 스티븐 김 사건을 비롯해 모두 4건을 기밀누설혐의로 기소했는데 이는 최근 3개 행정부 사건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숫자"라고 오바마 행정부의 기밀누설 강경대응 정책을 소개하면서 "하지만 스티븐 김이 누설했다는 정보는 놀랄만한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을 지낸 대북강경파 존 볼턴 전 유엔대사도 NBC 인터뷰에서 "북한 핵실험 의도에 대한 폭스뉴스 기사내용은 특별히 민감하지도 놀랍지도 않은 내용"이라며 "그런 내용은 그 당시 한국언론에서도 볼 수 있었던 것들"이라고 말했다.

스티븐 김의 변호인인 애비 로웰 변호사는 "연방정부는 스티븐 김을 표적으로 기소하면서도, 자기들의 편의에 따라 우드워드 같은 사람들에게는 기밀을 알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로웰 변호사는 변론과정에서 우드워드에게 기밀을 제공한 고위층 `누설자'에 대해서도 스티븐 김과 같은 혐의를 적용해 기소할 계획이 있느냐고 따져물었다.

백악관이나 법무부 당국자들은 우드워드 저서 관련 기밀에 대한 조사계획을 묻는 NBC 질문에 대해 "조사계획을 알지 못한다"면서도 "기밀 누설 문제에 대한 이중 기준같은 것은 없으며, 행정부는 어떤 형태이든 모든 기밀누설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 정부 당국자들은 우드워드 책의 기밀 정보 논란으로 행정부의 기밀 누설 단속 의지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NBC는 행정부내 국가안보 전문가들 사이의 분위기를 전했다.

미 과학자연맹(FAS)의 스티븐 애프터굿은 "누가 기밀을 누설하느냐, 혹은 누가 기밀을 제공받느냐에 따라 어떤 누설은 좋고 멋있는 것이며, 어떤 누설은 처벌받느냐가 좌우되는 위선적 요소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성기홍 특파원 sg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