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 미군을 겨냥해 테러공격을 기도했다는 혐의로 미국 법정에서 25년형을 선고받은 뒤 본국으로 송환돼 형기 만료로 석방된 네덜란드 남성이 미국 감옥에서 고문당했다고 폭로했다.

이라크 출생의 네덜란드인인 베삼 알 델라마는 15일 뉴스통신 ANP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수도 워싱턴 D.C.의 한 지하 감옥에서 6개월간 고문을 당했으며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은 허위자백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알 델라마는 "그곳은 이라크의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와 다를 바 없었다.

미국 수도에 그런 곳이 있다"며 "창문이 하나도 없는 지하 독방에 24시간 전등이 켜져 있고 몇 시간에 한 번씩 화재경보가 울려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며 치를 떨었다.

그는 "추위 속에 수시로 벌거벗겨졌고 하루는 교도관이 나를 다른 수감자가 목을 매 자살한 독방으로 데려가더니 '너도 목매달아라'고 말하기도 했다"며 "한 여성이 겁탈당하는 것을 지켜보도록 강요당했다.

그들은 나를 무너뜨렸다"고 폭로했다.

알 델라마는 "나는 죽고 싶었다.

그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미군을 겨냥해 테러공격을 기도했다'고 허위로 자백하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이라크 팔루자에서 출생한 알 델라마는 1차 이라크전쟁 때 모국을 떠나 네덜란드에 정착, 시민권을 얻었으며 2차 이라크전쟁 도중 친척의 결혼식에 참석하려 팔루자에 갔다.

그는 그곳에서 미군의 폭격에 친지와 친구 등 무고한 양민이 죽어가는 참상을 목격하고는 이를 전 세계에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저항세력의 '활약상'을 촬영한 뒤 무사히 네덜란드로 돌아왔으나 경찰에 테러용의자로 붙잡혔다.

미국은 "알 델라마가 이라크에서 미군을 겨냥해 테러공격을 기도했다"면서 네덜란드 당국에 그의 신병인도를 요청했고 결국 알 델라마는 미국에 끌려가 재판을 받은 끝에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네덜란드 정부는 미국과 그의 본국 송환 협상을 벌였고 본국에 돌아온 알 델라마는 네덜란드 법정에서 형량이 징역 8년으로 경감돼 최근 형기 만료로 석방됐다.

그는 ANP와 인터뷰에서 "내가 테러리스트가 될 생각이 있었다면 팔루자에 남아 저항세력에 동참했겠지만, 나는 사람을 죽일 생각이 없었고 그럴 능력도 없었다.

미군의 행위에 분노했으나 나는 이라크를 떠나 네덜란드로 돌아왔다"고 강조했다.

(브뤼셀연합뉴스) 김영묵 특파원 econ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