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을 하려는 기업들은 많은데 실업은 왜 오랫동안 지속되는가. "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피터 다이아몬드 미국 매사추세츠대(MIT) 교수,데일 모텐슨 미 노스웨스턴대 교수,크리스토퍼 피사리데스 영국 런던정경대(LSE) 교수는 고용시장이 불완전하게 작동하는 이유를 밝힌 공로를 높이 평가받았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다이아몬드 교수 등 3명이 "고용 시장처럼 수요자와 공급자가 즉각적으로 만나 거래가 이뤄지는 고전적인 모델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시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탐색이론'을 개발하는 데 세 사람이 이론적인 틀을 세웠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실업 문제 해결방안 제시

세 사람은 시장이 매끄럽게 작동되지 않는 원인으로 '정보의 불완전성에서 야기되는 마찰(friction)'에 주목했다. 실업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적정수준 이상의 임금을 받을 때까지 '직업 탐색'을 수행한다.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을 들여 구직활동을 한다. 실업률은 최저임금 및 고용의 형태,보수의 크기 등에 따른 예상 수익과 실업급여 등 예상 비용의 영향을 강하게 받게 된다. 실업 보험이 잘돼 있을수록 탐색비용은 더 늘어난다.

경제학계에서는 이들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것은 2008년 발발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일자리와 경기부양 정책의 실효성이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박원암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 이후 실업문제가 아직 해결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청년 실업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여러 나라에 시사점을 제시해주는 이론"이라고 설명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실업자에게 직접적인 고용 기회를 제공하고 오랫동안 일자리를 갖지 않은 상태에 있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벨위원회는 "고전적인 시장 경쟁 모델은 자유시장이 실질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형태이며 효율적이라고 주장했지만 탐색비용을 고려한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시장의 불완전성'을 주장한 학자들이 노벨상을 수상한 셈이다.

◆다이아몬드 교수가 이론적 틀 제공

다이아몬드 교수는 시장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탐색 마찰'의 기틀을 마련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탐색 기간이 정부정책이나 규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찾아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피터 오스작 전 백악관 예산국장과 사회복지정책에 대한 논문을 집필하는 등 미국 정부와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4월 오바마 미 대통령으로부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사로 지명받았으나 공화당의 반대로 임명되지는 못했다.

모텐슨 교수와 피사리데스 교수는 다이아몬드 교수의 연구를 이용해 노동시장을 분석했다. 이들은 유럽 국가들이 기업으로 하여금 실업을 어렵게 하는 정책을 폄으로써 오히려 실업률이 높아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노동시장처럼 경직돼 있는 시장에서는 각 기업이 구직자를 탐색하는 과정에 더욱 신중을 기해 고용자 숫자가 결과적으로 줄어들게 됐다는 얘기다.

조귀동/이호기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