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약세로 비롯된 풍부한 유동성이 한국시장 등 신흥시장에 집중되면서 코스피지수가 연일 '유동성 랠리'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G2(미국, 중국)의 대외지표가 좋아지고 있는데다 3분기 '어닝시즌'까지 도래, 지수는 이미 추가상승 모멘텀(동력)을 장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지금이 유동성 랠리 이후를 대비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유동성 랠리 이후 시장은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랠리로 이어질 수 있고, 앞으로 성장성 보다는 저평가 매력이 더 돋보일 것이란 분석에서다. 은행 IT(정보기술) 자동차 기계 철강 등이 저평가 기대주로 꼽혔다.

특히 IT 자동차는 미국 고용지표 회복이, 은행 기계 철강은 중국 및 한국의 경기선행지수 반등이 각각 '매수시점'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4일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의 경기회복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 중 하나인 ISM(공급자관리협회) 제조업지수는 지난달 54.4포인트를 기록해 전월의 56.3포인트에 비해 하락했지만,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54.5포인트에 거의 근접했다. 이에 전문가들 대부분은 매크로 지표 개선이 시장에 안정감을 안겨 줬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중국의 9월 PMI지수(구매관리자지수)는 53.8포인트를 기록해 전월(51.7포인트)은 물론 예상치(52.5포인트) 모두 웃돌아 두 달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 경기와 중국 정책 요인 등을 고려할 때 G2의 제조업지표는 모두 양호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는 이번주 국내 증시에서도 해외자금이 계속 유입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외국계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더 속도를 내고 있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는 것.

이날 솔로몬투자증권은 분석리포트를 통해 "대외 경제지표 안정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이 시장에 유입되고 있어 국내 증시를 비롯한 투자대상물 전반의 가격이 움직이고 있다"라고 전했다. 실제 외국인은 지난 한 주 동안 한국증시에서만 1조4000억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유동성 랠리 이후 시장은 실적시즌과 맞물려 '밸류에이션 플레이'가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또 현재 시장평균보다 밸류에이션이 낮은 은행 IT 자동차 기계 철강 업종 등의 '매수시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토러스투자증권은 "이들 업종이 낮은 밸류에이션에 머물고 있는 이유는 주로 이익 전망에 대한 의심 때문"이라며 "따라서 관련 매크로 지표의 개선이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은행, 기계, 철강 등은 중국과 한국의 경기선행지수 반등이 매수신호로 작용하고, IT와 자동차는 미국 고용지표 회복이 매수신호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 증권사는 "이번 주에 예정된 미국 9월 고용지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오는 6일(한국시간))에는 민간 고용지표인 ADP 취업자 변동, 8일엔 비농업부분 고용자수 변동, 민간부분 고용자수 변동, 주간 평균 근로시간 등이 발표될 예정"이라며 "만약 이 고용지표들이 예상치를 웃돌 경우 미국 경기가 고용을 수반한 완만한 경기회복에 진입할 것이란 기대를 낳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미국발(發) 글로벌 수요회복 스토리가 가동되고, 현재 '추정상의 저평가 업종'이 '실제 저평가 업종'으로 인식돼 주가상승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대로 이들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하다면 유동성 랠리의 주도주인 비철금속, 정유·화학, 운송 관련주 등이 당분간 주도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토러스투자증권은 진단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