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 보험료가 연달아 올라 소비자들의 불만이 크다. 추석을 전후한 생필품 가격 급등으로 서민들의 생계부담이 커진 가운데 이뤄진 보험료 인상에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을 자동차 보험회사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필자는 잘 알고 있다.

자동차 보험료가 오르는 것은 보험회사의 손해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손해율이란 고객들로부터 받은 보험료 가운데 지급된 보험금이 차지하는 비율로 대체로 70% 초반이 적정선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은 계속 상승세를 보이며 70% 후반을 맴돌다 지난 8월 80%를 넘어섰다. 회사 운영에 필요한 사업비 절감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제는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다.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을 높이는 주요 원인은 보험사기이며,이 중 속칭 '나이롱환자'라고 부르는 가짜 환자들로 인한 보험금 누수가 너무 많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2009년도 자동차보험 사기로 적발된 사람이 4만6000여명에 달하며 이들에게 지급된 보험금은 2200억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적발된 것만 이 정도이지 실제로 밝혀내지 못한 보험사기는 이를 훨씬 상회할 것임은 분명하다. 가짜 환자만 없으면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이렇게 치솟을 이유가 없고 자동차 보험료도 내려갈 수 있다.

우리 사회에는 경미한 접촉 사고라 해도 일단 입원을 해서 더 많은 보험금을 타내겠다는 심리가 아무 죄책감 없이 만연해 있다. 우리나라 교통사고 경상자의 입원율은 60.6%로 10명 중 6명이 입원하는데,이는 일본의 6.4%에 비해 10배가량 높은 것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부 병원은 교통사고 환자의 진료수가가 높아 가짜 환자를 눈감아 주는 상황도 있다고 하니 도덕적 무감각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저렴한 보험료를 내면서도 최상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 자동차보험 환경인데 가짜 환자들 때문에 손해율이 높아져 보험료가 계속 인상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보험회사들은 더 많은 가짜 환자의 적발에 힘써 보험금 누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며,교통사고 발생시 경찰 신고 및 조사를 의무화하는 제도 도입을 통해 보험금 지급까지의 과정에 투명성이 제고되도록 하는 정책적 대안 마련도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소비자 스스로가 보험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보험사기를 범죄로 생각하지 않은 채 '보험료를 냈으니 보험금을 더 많이 챙기는 것은 당연하다'는 사고방식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보험이란 장래에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에 대한 예방의 차원에서 가입하는 것이며 지불한 보험료는 '심리적 안심료'로서 충분한 기능을 하는 것이지,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결국 '손해'라는 그릇된 보상심리를 가져서는 안될 것이다.

허정범 < 현대하이카다이렉트 사장 jbhuh@hicardirec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