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는 올해 여러가지 악재가 한꺼번에 겹쳤다. 지난해 말 단행한 화폐개혁 실패에 따른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천안함 사태 이후 국제적인 대북 제재와 남북 교역 중단이 이어졌고 여기에다 신의주 지역의 대규모 홍수피해까지 발생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訪中) 이유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추정에 따르면 북한 경제는 1990년부터 1998년까지 9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다 1999년부터 2005년까지 7년 연속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후 2006년과 2007년 -1%대의 내리막길을 걷다가 2008년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는 듯했으나 2009년에 다시 마이너스로 주저앉았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북한 경제가 에너지 투입에 크게 의존하는 중화학 공업과 단순 경작,대외 무역 중심의 경제라고 본다면 교역과 날씨가 경제를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라며 "무역은 국제사회의 제재 영향으로 큰 폭 감소가 불가피하고 기후 악화로 농산물 생산량도 급감해 올해 성장률이 낮게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고일동 한국개발연구원 북한경제연구실장은 "여러가지 상황을 종합해보면 북한 경제 성장률은 최근 10년 래 가장 저조한 결과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작년 12월의 화폐개혁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 주민들이 보유하고 있던 화폐를 상당 정도 몰수당하면서 경제활동 기반이 급격히 위축됐다"며 "물가와 환율마저 폭등하면서 민심 이반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석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화폐개혁 때문에 손해본 사람들이 꽤 있었겠지만 일시적인 영향이고 북한경제 구조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식량난은 여전히 심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농업이 북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에 달한다"며 "올 들어 여러 차례 나타난 이상기후에다 대규모 수해까지 겹쳐 수확량이 지난해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선 1990년대 초중반의 대기근이 올해도 닥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북한 경제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25.3%(2009년 기준)다. 고 실장은 "외형적으로는 무역이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차지하지만 실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이보다 훨씬 크다"며 "북한 무역은 위탁가공무역이 아니고 생필품 등을 완제품 형태로 수입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무역이 조금이라도 줄면 주민 생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북미 · 남북 관계 개선이나 북중 경협 등을 통해 외부로부터의 지원이나 경제협력을 얼마나 확보하는가에 따라 북한 경제의 앞날이 좌우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양 교수는 "현재로서는 그다지 전망이 밝지 않지만 관건은 중국의 지원 여부"라고 말했다. 북한의 전체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만 해도 25%대에 불과했으나 2000년대 들어 크게 상승,지난해에는 79%에 달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