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국민소득(GDP) 규모는 미국, 중국, 일본 순으로, 중국이 일본을 추월했다. 최근 들어 G3 국가 간 ‘총성 없는 환율 전쟁’이 감지된 것으로, 문제는 미국에서부터 발단되었다. 올 8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미국은 그간추진했던 소극적 의미의 출구전략을 포기, 비상대책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양적완화정책으로 환원했다. 앞으로 주택담보부증권(MBS) 상환자금을 국채매입으로 유동성을 재공급해 나간다는 것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의도다. 외형상으로는 공개시장 조작대상을 MBS에서 국채로 바꾼 점을 제외하고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떤 국채를 매입하느냐에 따라서 오는 11월에 예정된 중간선거를 겨냥해 오바마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신경기부양책의 성패와 대외적으로 환율 움직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어떤 국채를 매입하든 단기적으로는 경기부양 효과가 기대된다. 출구전략이 퇴조한 것을 계기로 일부에서는 1930년대 대공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으나, 경제지표가 악화될 조짐을 보이자마자 즉시 비상대책으로 환원해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점에서는 당시 정책실패에 따른 비판을 의식해 경직적으로 대처했던 때와는 분명히 다르다. 또한 만기가 긴 국채를 매입한다면 오바마 정부가 미국경제 구조개편과 국제위상을 되찾고자 추진 중인 신성장 동력산업을 뒷받침할 수 있을거라는 기대도 우세하다. 회임기간이 긴 성장산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장기채 매입을 통해 금리가 낮아질 때 투자가 촉진되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 바로 이 대목이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각국 간 통화가치는 금리차에 의해 좌우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국채매입으로 美 시장금리가 낮아지면 달러 약세를 촉진시킬 가능성이 높다. 8월 FOMC 회의 이후 국제외환시장에서 모든 통화에 대해 달러 약세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 이와 같은 맥락이다. 시장개입을 통해 인위적으로 달러 약세를 유도하지 않더라도 공교롭게도 현재 오바마 정부가 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수출진흥책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다양한 추측이 나올 수 있다. 벌써부터 국제외환시장에서는 ‘총성없는 환율전쟁’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 나라의 통화가치는 경쟁국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적정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정국이 수출진작을 이유로 자국의 통화가치를 평가절하할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경쟁국에게 전가되는 ‘근린 궁핍화 정책’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때 경쟁국이 피해를 막기 위해 자국의 통화를 경쟁적으로 평가절하한다면 환율전쟁이 발발한다. 이런 의심을 갖게 하는 것이 중국 외환당국의 태도다. 올 6월말 이후 채택한 복스바스켓 제도 하에서는 달러 비중이 종전보다 줄어들었다 하더라도 달러 약세가 진행되는 속에서도 최근 위안화 환율을 보면 8월 FOMC 회의 이전보다 높게 고시됐다. 달러 약세에서는 위안화가 평가절상돼야 하나 오히려 평가절하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위기를 거치면서 G2국가의 위상을 확보한 중국이 달러 약세를 위안화 약세로 적극 대처해 나갈 경우 세계 경기에는 악영향이 우려된다. 세계경제의 양대 축이 경쟁적으로 자국통화 가치를 절하해 나간다면, 경제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려 보호주의 물결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같은 아시아 중심국이라 하더라도 일본은 고스란히 엔고로 수용하고 있다.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하고 있지만 8월 FOMC 회의 이후 엔화 가치는 달러당 84엔까지 올라가는 초강세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1995년 4월에 기록했던 79엔대를 깨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제시되고 있어 앞으로 엔화 가치 향방이 더 주목되는 상황이다. 통화와 재정정책면에서 부양여지가 거의 없는 간 나오토 정부는 엔고에 따라 우려되는 디플레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엔화 약세를 간절히 바라면서도 아직까지는 시장개입에 나서지 않고 있다. 섣불리 시장개입에 나섰다간 오바마 정부의 수출진흥책과 맞물려 환율 마찰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 발생할 더 많은 피해를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떠한가. 최소자승법으로 위안화 및 엔화가 원화에 미치는 영향력을 따져보면, 2000년대 들어 지금까지 각각 0.49, 0.02로 나온다. 폭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최근처럼 위안화 약세와 엔화 강세가 겹치면 원화에 미치는 효과는 상쇄되나 위안화 영향이 더 커 원화 약세가 예상된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이 위안화와 엔화 약세로 적극 대처할 경우 원화 약세폭은 커지고 반대의 경우도 원화 강세폭이 의외로 커질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우리 경기와 증시에서 환율 움직임이 최대변수가 될 것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처럼 외국인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윔블던 현상’이 심한 국가에서 환율은 항상 중요한 변수이나, 특히 올 여름 휴가철 이후에는 환율 움직임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