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인 민주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 서울시의회가 서울광장에서 집회 · 시위를 허용하는 조례 개정안은 의결한 반면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출한 서울시 조직개편안은 부결시켰다. 오 시장은 서울광장 집회 조례에 대해 재의(再議)를 요구하겠다며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키로 해 양측 간 기싸움이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집회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시의회는 이날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서울특별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표결에 부쳐 재적의원 103명 중 78명의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반대는 24표,기권 1표였다.

개정안은 문화행사에 한정했던 사용목적에 '공익적 행사 및 집회와 시위의 진행'을 추가했다. 또 정치적 이념이나 종교 · 성별 · 장애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규정도 신설, 정치집회가 가능해졌다.

이와 함께 광장집회를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꿔 앞으로 서울시는 접수된 사용신고를 원칙적으로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 광장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려면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에 의견을 물어야 한다. 시의회는 이날 시의회 의장이 시민위원회 위원 과반수를 추천할 수 있도록 한 '서울특별시 광장운영시민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함께 통과시켜 오 시장이 가지고 있던 임명권을 빼앗아 갔다.

◆서울시,실력행사 나서

서울시는 통과된 개정안을 공포 · 시행하지 않고 재의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통과된 조례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집회와 시위 규정이 있는데도 하위법인 조례에 다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공유재산을 사용하려면 관청 허가를 받도록 한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을 조례가 위반하고 있는 점도 강조했다. 여기에다 시민위원회 외부위원 전원을 시의회 의장이 추천하도록 한 것도 월권이라는 주장이다.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시민 모두의 공간으로 사용해야 할 서울광장이 시위용으로 전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야당 다수에 밀려 정책 수립과 집행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시의회에서 의결된 개정안은 5일 이내에 서울시장에게 전달되며 시장은 20일 내에 이를 공포하거나 거부권에 해당하는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시장이 재의를 요구하면 이 안은 시의회로 되돌아가 상임위 토론과 본회의 표결을 거친다. 이후 표결에 들어가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 3분의 2 이상이 재의결하면 개정안은 최종 확정된다.

◆오 시장 조직개편안 부결돼

시의회는 오 시장이 제출한 '서울시 행정기구 설치 조례' 개정안은 부결시켰다. 민선 5기를 맞은 오 시장은 문화디자인총괄본부,도시안전본부,교육지원국을 신설하고 균형발전본부,물관리국을 폐지하는 등 조직을 기존 '1실 5본부 8국'에서 '1실 8본부 5국'으로 개편하는 안을 짰다. 조직을 정비해 서울시의 부동산 개발계획을 총괄적으로 다시 수립할 예정이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