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시련 속 '위기극복'의 의지 다져

현대그룹이 최근 잇따른 어려움 속에 4일 고(故) 정몽헌 회장의 추모 7주기를 맞는다.

정 회장이 세상을 뜬 지 만 7년이 됐지만, 현대그룹은 대내외적으로 불어닥치는 `시련' 속에 올해는 비장감마저 감돈다.

2008년 7월 북한군의 총격으로 관광객이 숨진 사건의 여파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상황이 호전되기는 커녕 천안함 사건 이후 남북관계가 급랭하면서 현대그룹의 긴 터널에는 아직 희망의 빛이 보이지 않고 있다.

작년 8월 현정은 회장의 방북으로 잠시나마 사업 재개에 대한 희망이 들뜨기도 했지만, 그룹이 바라던 대로 사업재개는 쉽사리 이뤄지지 않았다.

관광객 피격 사건 등을 둘러싼 남북관계 악화되면서 2008년 11월 개성관광도 중단됐고, 지난 3월 천안함 피격으로 관광 이슈는 사실상 실종됐다.

이에 따라 대북사업의 상징인 현대아산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졌다.

현대아산은 그동안 3천24억원의 매출 손실을 봤고, 관광 중단 전 1천84명에 달했던 직원도 수차례의 구조조정으로 현재 320여명으로 70%나 줄었다.

그러나 현대아산은 국내 건설 부문의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다양한 신사업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을 둘러싸고 채권단과 갈등을 빚고 있다.

그룹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현대상선이 지난해 극심한 불황에서 벗어나 올해는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지만, 채권단의 약정 체결에 거부해 새로운 대출을 받을 수 없고,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은 기한을 연장할 수 없게 됐다.

다행히 미리 확보해 둔 유동성과 함께 해운시황의 호조로 꿋꿋이 채권단에 맞서고 있다.

그룹 전체 경영권이 걸린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싸고 한솥밥을 먹었던 범(汎) 현대가와도 일전을 앞두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찾아온 정몽헌 회장의 7주기는 그룹으로서는 위기 극복의 의지를 다시 한 번 다지는 자리라는 점에서 여느 때와는 다른 의미가 있다.

현대그룹은 이날 오전 경기도 하남시 창우리 고 정몽헌 회장의 묘지에서는 현정은 회장과 계열사 사장단, 임직원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행사를 갖는다.

그룹은 추모식을 통해 어느 해보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위기 극복과 함께 정 전 회장의 사업 유지를 받들기 위한 의지를 다진다.

추모식에는 고 정 회장의 형인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을 비롯해 현대그룹을 제외한 범(汎)현대가 인사들은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관계자는 "오늘 추모행사는 여느때와 같이 조촐하게 진행되지만, 그룹이 당면한 과제가 산재해 있는 만큼 전 임직원들이 힘을 모아 이 위기를 잘 극복하고자 다짐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