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미래에 자신의 농장에서 상추 · 오이 · 버섯 등 특용작물과 장미 · 튤립 등 화훼,돼지 100여마리를 키우는 농부 A씨의 하루 일과는 아침에 일어나 집안 한켠에 마련된 통합관제센터에 들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는 이곳에서 식물농장 내 작물과 꽃들의 생장,돈사에서 자라고 있는 돼지들의 발육상태를 체크한다. 건물 하단부의 돈사에서 나오는 분뇨가 바이오가스,액체비료로 전환되는 과정도 살핀다. 바이오가스와 건물 옥상의 태양광 집전판에서 만들어진 에너지원은 온도센서와 습도센서 등을 통해 식물농장 내 작물들의 생육에 가장 적합한 조건을 제공한다. 또 액체비료는 질소 인 등의 유기질이 식물의 양분으로 걸러져 다시 깨끗한 물로 재활용된다. 여기에 투여되는 A씨의 노동시간은 불과 20여분 남짓.직업이 농부이지만 A씨의 하루 일과 중 나머지는 자신과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는 활동으로 채워진다.

전남 순천의 한 중소기업이 이 같은 미래 첨단 녹색농업의 꿈을 현실화시키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정림(대표 강동렬)은 그동안 쌓아온 관련 기술들을 집대성해 올 하반기께 녹색 자동화농장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19일 밝혔다. 이 농장은 첨단 인텔리전트 농장이라는 게 특징이다. 냉난방에서부터 환기 소화 온도 습도는 물론 돈사관리와 액체비료 생산과 공급,작물의 생육관리 등 모든 과정이 정보기술(IT)을 통해 자동 조절된다.

분뇨 등 오염원은 에너지원이나 액체비료로 활용돼 오염물질이 배출되지 않는 자연순환형 완결구조를 갖췄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허리휘는 농사일'이라는 우리 농업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농촌 고령화 문제와 과다한 노동력이 투입되면서 발생한 농업 기피현상을 해소할 뿐 아니라 도시민의 귀농을 촉진시켜 농촌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에너지 자급자족형,자연순환형 구조는 고비용 저효율 생산구조,비료 농약 사용에 따른 환경오염 등 우리 농업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과 비료 농약 등을 자체 생산해 소비하면서 전기세 등 유지비와 비료 · 농약비 등 생산비가 따로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는 이를 위해 관련 기술들을 착실히 축적해왔다. 2007년 말 독일 LIPP GmhH사와 독점계약을 맺어 하루 돼지분뇨 20t으로 1000㎾의 전력을 생산하는 고효율 축분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시공해 운영 중에 있다. 또 KT,전남테크노파크와 상호협력을 통해 무인자동화 농장시스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식물공장과 돈사 등의 외장재로 쓰일 아연도강판에 스테인리스를 압착해 강도와 내구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특수소재 개발도 마무리한 상태다.

이를 바탕으로 올 연말께에는 순천시 인근에 8000평 규모의 시범농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곳은 돈사와 식물공장,바이오발전소,태양광발전소를 갖춘 인텔리전트 농장들의 모델하우스로 활용될 예정이다. 모델하우스에는 원통형 건축물을 수평으로 배치한 '농촌형'과 수직으로 세워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도시형' 등이 전시된다. 건축물의 크기도 지름 6~40m로 다양하게 전시될 예정이다.

농장 건립비용은 500평 기준으로 대략 3억~4억원 정도.하지만 한번 조성해 놓으면 추가비용이 필요없어 연간 3000만원의 순수익은 거뜬히 올릴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보고 있다.

강동렬 사장은 "초기 건립비용이 결코 적지 않지만 유휴경작지가 많아도 농사를 짓지 않는 현실을 감안해 귀농자정착자금 지원 등을 활용한다면 노인 일자리 창출과 함께 농촌 활성화까지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자동화 농장은 공간과 기후 등의 제약을 받지 않아 그동안 농업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의 농업문제 해결에도 큰 전기가 돼 향후 수출 전망도 밝은 편"이라고 소개했다.

순천=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