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탁탁탁…,톡톡톡톡….서울 명동의 서울로얄호텔(이하 로얄호텔) 3층 조리실.조리 테이블 위에 먹음직스러운 쇠고기가 듬뿍 올려져 있고,한쪽에는 싱싱한 야채가 쌓여 있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조리사 10여명이 말없이 분주한 가운데 도마질 소리가 경쾌하게 들린다.

이곳에서 일하는 양재용 조리사는 대학에서 조리학과를 졸업하고 10년째 일하고 있는 베테랑이다. 주특기는 한식.그는 최근 한국경제신문이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학습과정 중 '조자룡의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을 공부하고 있다. 조리사가 왜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할까.

"요리 솜씨 못지않게 소통이 중요한 것 같아요. 고객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음식 맛과 서비스가 한층 업그레이드되거든요. 한번은 웨딩 손님과 대화를 나누다 매운 음식을 못 드신다는 사실을 알고 메뉴판에 없는 맞춤 음식을 만들어 드렸더니 '로얄호텔 최고'라며 감격스러워 하더군요. "

양 조리사는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기 전만 해도 손님과 맞닥뜨리는 게 부담스러워 슬슬 피하곤 했다. 그랬던 그가 커뮤니케이션 방법론을 학습하면서 고객을 대하는 마인드도 달라지고,감동적인 서비스도 끌어낼 수 있게 됐다. 자신감도 생겼다. 이제는 "더 필요한 게 없느냐"며 손님에게 다가서는 조리사가 됐다. 그는 "처음에는 일하기도 바쁜데 왜 이런 걸 들으라고 할까 불만도 있었지만 이제는 다음 과정이 기다려진다"며 "가끔 대학에 실기 강의를 나가는데,이번 공부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로얄호텔은 내년이면 개관 40주년을 맞는 특급호텔이다. 서울 명동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어 명동과 남대문시장 등을 관광하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특히 일본인 고객이 전체 이용객의 85%에 이른다. 300여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는 이 호텔은 '작지만 강한 호텔'을 추구한다. 추진 동력은 교육이다. 5~6년 전부터 각종 교육을 실시해 왔지만 전 사원 190여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 대상은 행정을 맡고 있는 간부사원부터 세탁실,기계실,정문안내원까지 예외가 없다. 컴퓨터가 서툰 아주머니들도 주위의 도움을 받으며 공부한다. 학습과정은 파워포인트 사용법,커뮤니케이션,코칭 등 다양하다.

지난 5월부터 '한경 리스타트 교육과정'을 도입해 진행하고 있는 고승식 총무팀 과장은 "사장님이 평소 강조하시는 경영 모토가 작지만 실속 있고 퀄리티가 높은 호텔"이라며 "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 사원을 대상으로 교육이 시작되자 "바빠 죽겠는데 웬 교육이냐"는 볼멘소리도 들렸다. "처음엔 직원들이 눈총을 보내는 것 같아 온몸에 화살이 박히는 기분이었죠.그런데 교육을 진행해 보니 도움이 많이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요. "

객실과 예약실,프런트,벨 데스크,현관,하우스 키핑 등을 총괄하고 있는 정혜란 객실팀 과장도 학습 불만 세력(?) 중 한 사람이었다. "시작할 때만 해도 바쁜데 공부까지 해야 하느냐며 밀린 숙제하듯 했죠.그러다 기왕 하는 거 잘해보자고 맘을 고쳐먹고 나니 어느새 제 비즈니스 마인드가 업그레이드돼 있더군요. "

정 과장은 책을 읽고 온라인으로 테스트를 받는 '독서통신'과정을 밟았다. 학습주제는 '일 잘하는 사람의 커뮤니케이션'.그는 "대화법,협상 전략,회의 주도 방법 등 다양한 주제를 공부했는데,이 가운데는 알고 있으면서도 실행하기 힘든 것과 새로운 지식이 넘쳐났다"며 "벌써 다음 과정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 과정이 현장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부서와 업무를 협력하다 보면 입장이 달라 그냥 돌아서 버리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데 어느 후배가 저와 논쟁을 하고 돌아서더니 한 시간 뒤 다시 찾아와 대안을 제시하는 거예요. 책에 '대화가 안 통할 때는 바로 포기하지 말고 나중에 대안을 제시하며 협력을 구하면 훨씬 효과적'이라는 내용이 나오는데,실제로 경험을 하고 나니 신기했어요. 그 후배가 저보다 고수였던 거죠."

연회예약실에서 근무하는 새내기 직장인 나보아씨도 정 과장의 말에 공감했다. 그는 특히 이번 학습에서 고객을 대하는 요령과 칭찬하는 스킬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상사를 칭찬할 때는 간접화법을 써야 한대요. 예를 들어 다른 사람에게 소개할 때 '제가 가장 존경하는 상사예요'라는 식으로요. 동료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 공개적으로 칭찬하는 게 효과적이래요. 후배 칭찬이요? 제가 아직 막내라서,호호호."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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