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사령관, 판단력 부족"..매크리스털 사의표명
상원 군사위원장 "경질해야"..23일 경질 여부 결정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현 행정부를 비난했다가 파문에 휩싸인 스탠리 매크리스털 아프가니스탄 주둔군 사령관이 결국 경질 위기에 처하게 됐다.

매크리스털 사령관은 잡지 `롤링 스톤'과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 등 미 정부 고위관계자들과 아프간 정책에 대한 비판을 했다가 백악관으로부터 전격 소환 조치를 당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진노했고 의회 내에서도 경질 불가피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매크리스털 사령관은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매크리스털 사령관의 교체는 아프간 전쟁에 대한 전면적인 전략 수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23일(이하 현지시간) 열리는 아프간ㆍ파키스탄 전황 관련 월례회의에서 그의 거취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 오바마 "사령관, 판단력 부족" 질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매크리스털 사령관에 대해 "판단력이 부족했다(poor judgment)"고 22일 비판했다.

이는 매크리스털 사령관이 주간지 '롤링 스톤' 인터뷰로 파문을 빚은 이후 오바마 대통령이 내놓은 첫 공식 입장이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인터뷰 기사를 보고 '진노'했다고 분위기를 전하고, 경질을 포함해 모든 옵션이 열려 있다고 전해 경질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매크리스털 사령관이 심각한 실수를 했으며, 이번 사안에 있어서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한다"면서 "인터뷰에서 거론된 인물들에게 비슷한 방법으로 사과를 해야만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칼 레빈(민주.미시간) 상원 군사위원장은 "매크리스털의 발언이 정책 불일치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경질 외에 대안이 없다"고 단언했다.

상원 군사위원회 중진인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조지프 리버맨(무소속.코네티컷), 린제이 그레함(공화, 사우스캐롤라이나) 의원은 매크리스털의 발언에 대해 "부적절했다"고 공동 논평했다.

◇ 23일 월례회의서 거취 결정될 듯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매크리스털 사령관이 '롤링 스톤' 최근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과의 첫 대면에서 실망을 느꼈다"는 등의 발언을 한 배경을 직접 해명하라며 그를 소환했다.

매크리스털 사령관은 이에 따라 23일 열리는 아프간ㆍ파키스탄 전황 관련 월례회의에 직접 참석해 오바마 대통령과 국방부 관리들에게 인터뷰 발언 내용을 해명할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매크리스털 사령관에 대한 경질 가능성을 묻는 말에 "최종결정을 내리기 전에 그와 직접 이야기해보고 싶다"고 언급했다.

아프간 주둔 미군 고위 관계자는 "매크리스털 사령관이 백악관으로부터 경질 여부에 대한 통보를 아직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매크리스털 사령관의 진퇴는 월례회의에서 소명절차가 이뤄진 뒤 오바마 대통령과 군수뇌부의 협의를 거치는 형식을 밟아 결정될 전망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한 백악관의 심상치 않은 기류와 군 내부의 움직임을 감안할 때 워싱턴 정가에서는 매크리스털 사령관의 경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매크리스털 사의..아프간 대통령 "경질 반대"

롤링 스톤 보도내용이 파문을 일으키자 매크리스털 사령관은 서둘러 성명을 내고 "나는 오바마 대통령과 그의 안보분야 참모진에 무한한 존경심을 갖고 있다"며 이 보도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매크리스털 사령관과 '롤링 스톤'의 인터뷰를 주선한 민간인 출신 언론보좌관 던컨 부스비는 이번 파문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매크리스털 사령관은 이미 사퇴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오바마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매크리스털 사령관이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에게 구두로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이날 매크리스털을 '최고의 사령관'이라고 지칭하면서 파문에도 불구하고 아프간 사령관이 경질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 매크리스털 인터뷰는 언론 플레이(?)

'롤링 스톤'은 이번 주 호에 실린 '통제불능의 장군(The Runaway General)'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매크리스털 사령관이 '광야에 혼자 선 외로운 늑대'와 같다면서 백악관 참모들은 물론 일부 부하들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잡지는 매크리스털 사령관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처음 만났을 때 대통령이 현안에 대한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에 실망했다는 측근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또 본국의 반갑지 않은 방침에 따라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매크리스털을 측면 지원해야 할 위치에 있는 아이켄베리 주아프간 대사도 그에게는 미더운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잡지는 지적했다.

미 언론들은 대권 주자로 거론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중부군 사령관의 능수능란한 언론대응과는 달리 매크리스털 사령관은 어설픈 '언론플레이'를 했다가 화를 자초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매크리스털과 인터뷰한 롤링 스톤의 마이클 헤이스팅스는 "매크리스털 사령관이 (현재 아프간) 정책 방향성에 대해 좌절하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면서 "이번 인터뷰는 (아프간 주둔군 수뇌부의)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하려는 의도였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meolakim@yna.co.krksi@yna.co.kr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