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나이지리아의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B조 3차전(2-2 무승부)이 열린 23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더반의 더반 스타디움.

전반 12분 나이지리아 칼루 우체(알메리아)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해 0-1로 끌려가던 한국 축구대표팀은 전반 38분 기성용(셀틱)의 프리킥에 이은 이정수(가시마)의 동점골로 균형을 되찾았다.

이정수를 따라가며 기쁨을 함께 나누던 선수들은 하프라인 근처로 모이더니 정성룡(성남)이 버틴 골문 쪽을 향해 나란히 섰다.

이어 선수들은 양팔을 앞으로 내밀어 좌·우로 흔드는 `아이 어르기'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번 대회 기간 아빠가 된 정성룡을 위한 것이었다.


2008년 12월 결혼한 정성룡은 아내 임미정 씨가 지난 18일 경기도 성남시의 한 병원에서 건강한 사내아이를 출산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아르헨티나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 다음 날이었다.

아르헨티나와 경기에서 1-4로 크게 져 득남의 기쁨도 드러내 좋지 못하던 정성룡이었다.

정성룡은 "아들을 위해 좋은 선물을 가지고 돌아가고 싶다"며 16강 진출의 의지를 속으로 다져 왔다.

그런 정성룡에게 동료가 특별한 세리머니로 뒤늦게 축하 인사를 전한 것이다.

태극전사들은 2008년 11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 원정경기 때도 쌍둥이 외손자를 얻은 허정무 감독을 위해 아기어르기 세리머니를 펼쳤다.

정성룡은 이날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의 기쁨을 만끽하면서 "월드컵 기간 태어난 아들이 정말 복덩이인 것 같다. 세리머니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다. 너무 기분이 좋다"며 선.후배들의 마음씀씀이에 진한 감동을 느낀 모습이었다.

(더반=연합뉴스)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