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글로벌 위기에서 완전히 회복되기도 전에 미국,유럽연합(EU) 및 일본 등 세계경제 중추국가들의 정책기조가 지출 팽창에서 적자 축소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 나라에서 당분간 디플레이션 위험이 크며 이 지역의 금리는 계속 최근의 낮은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은 확대재정과 사상 최저금리정책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5%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물가상승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것은 세계 금융위기 대응정책에서 출구전략을 시행할 때가 됐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금리 인상을 통한 출구전략은 타당하지 않다. 미국,EU 및 일본의 금리 인상이 전망되지 않는 상태에서,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금리 인상은 금리 차이를 노린 국제채권자금의 유입으로 또 다른 금융시장 불안과 환율의 평가절상을 야기하게 된다. 따라서 현재 국내외적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는 재정건전성 회복을 통한 출구전략을 구상하는 게 현실적이다.

일각에선 한국의 국가채무 비중이 아직은 높지 않다고 주장한다. 금년에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6%로 전망되고 있지만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90%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러나 최근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공기업을 통해 각종 공공사업을 하면서 공기업의 부채가 급증했다. 유럽처럼 공기업 부채를 국가채무에 포함하면 한국 국가채무는 GDP 대비 이미 70%에 육박한다.

재정건전성 회복을 통한 출구전략으로 공공부문의 구조개혁과 인사관리 쇄신을 통한 정부행정의 투명성 및 효율성을 올리는 것이 선결 과제다. 10여년 전 외환위기 고통 속에서 기업과 금융의 구조조정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지만,공공부문의 개혁은 별 성과를 얻지 못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한국정부의 행정수행 성과는 상당히 개선돼 OECD 회원국 평균의 85%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투명성이나 효율성은 떨어진다. 행정의 투명성을 나타내는 부정부패 관리는 OECD 회원국 평균의 27%라고 했다. 국제경영개발원(IMD)에 의하면 한국의 행정투명성은 55개 조사대상국 중 37위를 차지했다. 특히 공무원의 인사관리 효율이 낮은 것 같다. 외환위기 이후 공무원의 능률을 높이기 위해 성과급 제공,경쟁을 통한 고급공무원 채용,능률에 준한 부서 이동 등 여러 제도를 도입했지만 하나도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한국의 공무원은 상대적으로 정년보장,소득보장,퇴직 후 연금보장 등 여러 혜택을 누리고 있다. 따라서 젊은 사람들뿐 아니라 사회가 최고로 선호하는 직장이 돼 취업경쟁이 치열하다. 이처럼 안정이 보장돼 있는 직장에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를 양성하기 어렵다. 사회의 형평성과 효율적인 자원분배를 위해 공무원의 상대적 보상수준을 낮추어야 한다. 더구나 2002~2008년에 전 산업 상용근로자의 임금수준은 매년 6.3% 올랐는데,공무원의 경우 9.6%씩 올랐다.

공무원의 능력개발을 위해 한국이 개발도상국일 때 도입했던 공무원 장기 해외연수제도가 아직도 있다. 인터넷으로 웬만한 자료를 다 구할 수 있는 21세기에 시찰 또는 자료수집 해외방문이 여전히 많다. 1년에 약 2만명의 공무원이 해외여행을 하는데 이는 전 공무원의 약 2%에 해당되고,그 비용이 500억원이었는데 그 중 47%가 관광성 외유라는 감사원 지적이 있었다.

이런 공공부문의 구조개혁과 공무원 인사관리의 합리화를 통한 행정의 투명성 및 일관성 제고와 효율성 향상이 없으면,효과적인 출구전략 운용이나 재정건전성 회복이 어려울 것이며,한국의 선진국 진입도 요원하다.
권오율 호주 그리피스대 석좌교수 / 호주한국학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