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장악ㆍ전임자 색채 벗기..조직개편 병행
일부선 `살생부설' 나돌아 바짝 긴장


이번 지방선거에서 단체장들이 대폭 교체되면서 공직사회는 '인사태풍'을 예고하고 있다.

십년에서 길게는 20년 가까이 특정 정당 소속 단체장이 집권해오다 단체장과 함께 소속 정당까지 바뀐 지역의 경우 물갈이 폭이 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다 당선자들이 낙선자측에 줄을 섰던 공무원들을 향해 "그냥 두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선거개입 행위에 대한 엄벌과 함께 친정체제 구축작업이 동시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대대적 인사로 조직장악
수도권 광역단체 중 유일하게 여.여간 지방권력 교체가 이뤄진 인천시는 공직사회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민주당 송영길 당선자는 지난 8년간의 '안상수 시장 체제'에 대해 "인사행정에 문제가 많았다"고 수차례 지적해 온 터여서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인천시 안팎에서는 송 당선자 취임 후 현재 공석인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과 정무부시장은 물론 시 고위직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쇄신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야권 단일후보로 경남도에 입성한 무소속 김두관 당선자는 "김두관호(號)가 출범하는 만큼 사람 배치를 새롭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대폭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할 뜻을 시사했다.

우근민 제주지사 당선자도 "가급적 감싸고 같이 가려고 했는데 알고보니 공무원들의 선거 개입이 너무 심했고, 반성의 기미도 없다"며 "선거에 깊숙이 개입한 고위직들은 그대로 두기 어렵다"고 밝혀 대폭적인 물갈이 인사를 예고했다.

이에 따라 제주시와 서귀포시 등 2개 행정시장과 제주도청의 일부 국장급 간부를 비롯해 제주발전연구원, 제주도지식산업진흥원 등 10여개 출자 및 출연기관장의 상당수가 교체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민주당 이시종 충북지사 당선자측은 "공직자 출신으로 공무원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안다"며 밝히고는 있지만, 공직사회에서는 낙마한 한나라당 정우택 지사측을 측면 지원한 고위직에 대한 좌천인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조직개편

강운태 광주시장 당선자는 당선 직후부터 시 조직과 인사를 전면적으로 쇄신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어 공직사회가 긴장하고 있다.

그는 "박광태 시장이 임기 말 단행한 인사는 기본적으로 존중해야 하지만, 전면적인 인사와 조직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정책철학인 '창조의 중심도시 광주'를 만들고 시민과 소통하는데 부합하도록 조직을 구성하고 인사를 하겠다는 뜻이다.

김두관 경남지사 당선자는 한나라당 김태호 지사가 역점을 두어 추진해온 남해안프로젝트와 관련, "환경파괴적인 요소는 제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따라 이 프로젝트와 관련된 남해안기획관과 6개과로 구성된 남해안경제실에 대한 조직개편과 인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 당선자가 공개적으로 낙동강 살리기 사업에 반대하는 만큼 국책사업 관련 부서의 폐지나 축소도 뒤따를 전망이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3선 연임에 성공했지만,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등 비판을 의식, 행정효율 제고 등을 위해 본부장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있어 7월초 인사폭이 예상보다 클 것으로 전망된다.

◇기초단체에서 '태풍 위력'은 더 클 듯

단체장이 교체된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대상자 숫자야 광역단체 보다 적지만 조직내 파급력이나 인사 회오리 강도는 훨씬 더 클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기초단체의 경우 상대적으로 인적 자원이 적어 선거과정에서 줄을 선 경우 당선자측이냐, 낙선자측이냐 구분이 명확하고 당선자측의 '내 사람 심기'가 더 노골적인 경우가 많이 때문이다.

경남지역 시ㆍ군 가운데 유일하게 민주당 소속인 김맹곤 김해시장 당선자는 이미 선거과정에서도 '세력교체'를 강조하며 "한나라당 방식으로 고착화된 16년간의 시정을 바꾸겠다"고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시청내 하위직이야 별 요동이 없지만, 민선 출범 이후 처음으로 야당 시장을 맞은 간부 공무원들은 좌불안석이다.

진주시에서는 낙선자에 줄을 선 공무원을 겨냥해 '살생부'가 만들어졌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어 시청내 분위기가 흉흉한 상태다.

강원 원주시 원창묵 시장 당선자는 "공무원들의 고질적인 선거개입 풍토를 근절해야 한다"며 "이번 선거에서 깊이 관여한 공무원에 대해서는 공직기강 확립차원에서도 엄중 책임을 묻겠다"고 밝혀 대폭 물갈이가 예상된다.

경기 안양시는 공무원노조 위원장 출신과 단일화를 이룬 민주당 최대호 후보가 당선돼 간부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노조와 직ㆍ간접적으로 연관된 일부 부서 간부들은 시장 취임 이후 인사 태풍이 불어 한직으로 밀려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대구 달성군의 경우 12년 동안 한나라당 군수가 재직해오다 이번에 이례적으로 무소속 김문오 후보가 당선되면서 공무원들 가운데 일부는 하반기 '인사 태풍'에서 혹시 좌천 대상자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복한 전승현 홍정표 박재천 김영만 임보연 민영규 한무선 신민재 기자)

(전국종합연합뉴스) 정학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