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초단체장 선거는 '한나라당의 참패'와 '민주당의 약진'으로 요약된다. 전국의 228개 선거구 중 민주당이 92곳에서 승리를 거둔 반면 한나라당은 82곳을 얻는 데 그쳤다.

4년 전 5 · 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전체 230개 중 158곳에서 승리,압승을 거뒀다. 당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당선자를 합쳐 41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민주당이 대약진한 셈이다.

특히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여야 간 희비가 확연히 갈렸다. 4년 전 25개 서울시 구청장을 싹쓸이했던 한나라당은 이번에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와 중랑 등 4곳만 얻는 참패를 당했다. 경기에서는 총 31곳 중 10개 지역,인천 10곳 중 1곳을 얻는 데 그쳤다. 인천에서 유일하게 이긴 옹진군도 무투표 당선 지역이다. 반면 민주당은 서울 21개 구(84%)와 경기 19곳,인천 6곳 등 46개 지역에서 당선자를 냈다. 이는 수도권 전체(66곳)의 70%에 해당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미 바닥민심에서 대승이나 마찬가지였던 서울 구청장 선거가 한명숙 시장후보 지지표와도 연결,초박빙의 승부가 된 것"이라며 "지난 선거에서 서울 25개 구청장을 싹쓸이한 거대 여당에 대한 비판 · 견제심리가 발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천 구청장 선거에서도 송영길 시장 후보와 함께 민주당 후보들의 약진이 이어졌다. 4년 전 인천에서 당선자를 한 명도 못 낸 민주당이 6곳(60%)에서 이긴 건 천안함 사태의 영향이 별로 없었다는 방증이다. 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으로 불리는 호남에선 전체 41개 구청장 중 32군데(78%)를 얻었다.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에선 전체 70곳 중 여당이 49곳(70%)을 차지해 세를 과시했고 민주당은 1곳도 얻지 못했다.

충청의 경우도 33개 지역 중 한나라당이 8곳,민주당이 9곳에서 이겼다. 강원은 18개 가운데 한나라당이 10곳,민주당이 4곳을 차지했다. 충청 기반의 자유선진당은 역시 충청권에서만 13명(39%)을 배출했고 민주노동당은 인천의 남동구와 동구,울산의 북구 등 3곳에서 이겼다. 여당 내에서는 '허리가 끊어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등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전국에서 제일 많은 인구가 사는 수도권은 물론,위치상 가운데 있는 충청도에 이르기까지 친여 민심이 야당으로 상당 부분 쏠렸다는 평가다. 국민중심연합과 미래연합은 각각 공주와 상주에서 1승씩을 거뒀다. 무소속의 경우 전남 9곳 등 전국에서 36명이 당선됐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