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F는 70조~80조대 유지

부동자금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더는 투자할 곳을 찾기 어려운 '투자 빙하기'에 직면해 있다.

올초까지 은행 특판예금과 채권이 차례로 주목을 받았지만 더는 자금을 끌어들일 만한 매력이 없다는 평가다.

부동산 시장은 전반적으로 매수세가 실종된 분위기다.

국내증시가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수에 힘입어 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개인들은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못하고 증시 주변만을 맴돌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기에는 금리수준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결국, 자금이 장기적으로 부동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자금부동화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MMF 70조~80조…"이미 고착화 단계"
2일 우리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수시입출금식 예금과 6개월 미만 정기예금, 머니마켓펀드(MMF) 등으로 추산한 단기 부동자금은 지난해 9월말 604조원을 웃돌면서 현재까지 600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2002~ 2004년 300조원대를 유지하다 2005년 400조원대로 올라섰다.

이후 2008년 5월말 500조원으로 늘어난 이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1년4개월만에 600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작년 12월말 620조원에서 1월말 618조원, 2월말 616조원으로 소폭 줄었지만 '단기자금 600조'라는 큰 흐름에서는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
우리투자증권 박형중 이코노미스트는 "올 1~2월에는 은행들이 1년제 특판예금으로 자금을 대거 흡수하면서 유동성이 소폭이나마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로는 뚜렷한 자금흐름의 물꼬가 없었기에 부동자금이 더 늘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대표적인 단기자금 운용처인 MMF와 증권 자산관리계좌(CMA)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시중자금의 부동화를 이끌고 있다.

속도도 점차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지난달 29일 MMF 설정잔액은 83조699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1~7월까지 100조원을 넘어섰던 것에 비하면 줄었지만 올해 들어서만 11조원 이상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추세적으로도 작년 하반기부터 70조~ 80조원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CMA 증가세가 눈에 띈다.

CMA 잔액은 42조원을 웃돌면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작년 초부터 30조원대를 기록하다 이달 들어서만 3조원 이상 늘었다.

박형중 연구원은 "단기 부동자금의 상당 부분은 고정적으로 부동화돼 있다고 보는게 맞다"며 "다만 전체 유동성의 증감 속도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금.채권 매력 '뚝'…증시도 주변자금만
그나마 시중자금을 일부 흡수했던 은행 예금과 채권도 지난달부터 투자매력을 크게 상실했다.

지난 3월 은행권 수신은 월중 최대폭인 16조2천억원 감소했다.

정기예금 금리가 인하된 영향이 컸다.

3월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저축성수신 금리는 연 3.27%로 전월보다 0.33%포인트 급락했다.

월중 하락폭은 작년 2월의 0.93%포인트 이후 최대였다.

은행이 고금리 특판으로 자금을 유치했지만 더는 대출할 곳이 없다보니 금리를 대폭 낮춘 것이다.

지난달에는 예금이탈 추세가 더 가속화했다는 분석이다.

1년만기 특판 정기예금 금리는 사상 처음으로 2%대로 떨어졌다.

이미 일반예금 상품은 상당수가 2%대 금리에 그치고 있다.

은행에서 이탈한 자금을 끌어들였던 채권시장도 사실상 '좋은 시절 다갔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동안 출구전략이 지연되면서 금리가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국내외 금리인상 압력이 고조되고 있어 더는 추가적인 이익을 누릴 여지가 크지 않다.

부동산은 정부의 금융규제 등과 맞물려 오히려 집값 급락세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예금에서 채권으로 옮겨간 시중자금의 물꼬를 이어받을 투자처로 증시가 꼽히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국내 시중유동성이 본격적으로 흘러들 조짐이 뚜렷하지 않다.

대우증권 황성룡 컨설턴트는 "주식도 코스피지수로 보면 부담스러운 수준이고 부동산도 지난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강화 이후로 쉬어가는 상황"이라며 "결국은 엄청난 유동성이 한 부문에서는 쏠리면서 가격이 비합리적으로 치솟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곽세연 이준서 권혜진 기자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