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대란 피해 큰 영국.네덜란드서 자조섞인 농담

"당연히 받아야 할 돈을 돌려달라는데 재를 뿌리는 거냐!"
아이슬란드 화산폭발로 말미암은 유럽 항공대란이 엿새째 이어지면서 이처럼 자조 섞인 농담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항공대란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국가는 공교롭게도 영국과 네덜란드.
섬나라인 영국의 경우 '하늘길'이 막히면 대륙을 오가기 어렵기 때문에 발이 묶인 승객들의 불편이 가중되는 실정이고 네덜란드도 암스테르담의 스히폴국제공항이 대륙의 허브공항 가운데 하나로 물류 차질 탓에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영국과 네덜란드가 지난 2008년 하반기 금융위기 이후 아이슬란드와 관계가 원만치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당시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아이슬란드 금융시스템이 붕괴했고 이 과정에서 아이슬란드 은행에 예금을 보유하고 있던 외국인 가운데 영국인과 네덜란드인의 피해가 컸다.

결국 영국과 네덜란드 정부가 우선 대신해서 계좌주에게 예금을 상환했고 아이슬란드에 구상권을 행사했지만, 최근 아이슬란드 국민투표에서 대(對) 영국, 네덜란드 예금주 예금상환 법안을 부결함으로써 양측 관계는 더욱 냉각됐다.

이런 와중에 대규모 화산폭발로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고 영국과 네덜란드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자 자조 섞인 농담이 등장하게 된 것.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 독자는 20일 독자투고란에 "단지 오해일 뿐인가? 영국인과 네덜란드인이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자 아이슬란드 정부는 재를 뿌린 것이다"라고 기고했다.

또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브뤼셀에서 만난 한 영국인 기자도 "아이슬란드가 채권자인 영국에 대해 확실하게 앙갚음을 하는 듯 하다"라면서도 "화산폭발의 직접 피해를 입은 아이슬란드 국민의 처지도 매우 딱하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브뤼셀연합뉴스) 김영묵 특파원 econ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