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다니는 30대 후반의 윤희석씨(가명)는 작년 4월 2억원의 대출을 받아 서울의 한 아파트를 구입했다. 마침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연 2.41%로 낮은 상태여서 가산금리를 포함한 실제 대출금리는 연 4.91%밖에 되지 않았다. 한 달 이자는 81만원.문제는 이후 발생했다. 아파트 가격은 오르지 않는데 CD금리마저 상승해 한 달 이자가 90만원으로 늘었다. 윤씨는 최근 CD 금리가 연 2.45%까지 떨어지면서 걱정을 덜었다. 다음 달부터는 82만원만 이자로 내면 되기 때문이다.

CD금리가 계속 하락하면서 윤씨와 같은 기존 대출자들은 이자부담을 상당히 줄일 수 있게 됐다. CD금리가 떨어지면서 새롭게 주택담보대출 기준으로 출시된 코픽스(자금시장조달지수) 연동 대출과 CD 연동 대출의 금리차이도 많이 줄었다.


◆CD금리,올 들어 0.43%포인트 하락

CD금리는 2월 말 연 2.88%에서 16일 현재 2.45%로 0.43%포인트 하락했다. 이달 들어서는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3월 말 연2.78%에서 2.45%로 16일 동안 0.33%포인트 떨어졌다. 기업은행 등 일부 은행들이 최근 CD를 많이 발행함에 따라 CD금리도 시장금리 추세에 맞춰 하락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동학림 기업은행 자금부장은 "지난 2월만 해도 중소기업금융채권 3개월물이 연 2.3%에 불과했는데 CD 91일물 금리는 2.78~2.88%로 극히 비정상적이었다"며 "최근 CD금리가 정상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앞으로도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한다면 CD금리가 시장 실세금리를 반영해 더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CD금리 하락으로 대출을 받는 입장에서는 이자 부담이 줄어 이익이 되지만 은행들은 수익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장기적으로 출구전략이 시행되면 금리가 조금 오르겠지만 단기적으론 예대 금리차가 줄어들기 때문에 손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지난해 초만 해도 CD금리가 급락하면 가산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종전과 비슷하게 유지했지만 지금은 여의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국민들의 대출 이자 부담을 줄여 주려고 코픽스 금리라는 새로운 지표까지 개발한 데다 감독당국이 여전히 대출금리가 높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 가산금리를 조정해 대출 금리를 높게 유지하기 어렵다"며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 분위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CD연동 대출받을까,코픽스 대출받을까

CD금리가 낮아지면서 대출 희망자는 CD 연동 대출이 유리할지,코픽스 연동 대출이 유리할지 따져봐야 한다. 개인별로 금리차이를 살펴봐야 하지만 대체적으로 신규 대출자들은 코픽스 연동 대출이,기존 대출자들은 CD 연동 대출이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CD 연동 대출과 코픽스 연동 대출의 금리차이가 신규 기준으로도 많이 좁혀지긴 했지만 아직 코픽스 연동 대출 금리가 은행별로 0.2~0.6%포인트 더 낮다. 우리은행은 CD 연동 대출이 연 4.25~5.67%로 코픽스 연동 대출(연 3.86~5.28%)보다 0.4%포인트 정도 높다. 국민은행도 0.4~0.6%포인트 차이가 나고 신한은행도 0.3~0.5%포인트 벌어져 있다. 하나은행은 코픽스 연동 대출 금리 산정 방식이 다른 은행과 달라 시간이 걸리고 15일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코픽스 금리를 적용해 다음 주에 발표한다.

잔액기준으로 하면 좀 달라진다. CD 연동 대출은 대출받은 시점에 따라 가산금리가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얘기할 수 없지만,코픽스 연동 대출 금리는 잔액기준으로 하면 신규기준보다 더 높다. 신한은행의 경우 코픽스 연동 대출 금리가 신규 기준 연 4.16~4.96%지만 잔액기준은 연 4.91~5.71%다. 현재 CD 연동 대출 금리(연 4.45~5.45%)보다 금리가 높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