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떠올라"…尹이 띄운 자원개발株 '최상의 시나리오' [신민경의 테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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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이 띄운 자원개발株…과거에도 이미 있었다는데
1998년 동해 가스전 발견해 95번째 산유국 등극
증권가 "성공 시나리오 대비해야…급등주는 조심"
1998년 동해 가스전 발견해 95번째 산유국 등극
증권가 "성공 시나리오 대비해야…급등주는 조심"
"우리도 가스생산국 된다." (1999년 6월 한 신문 2면 제목)
2000년대를 눈앞에 두고 언론에선 꿈에 부푼 소식들이 쏟아졌습니다. 한국이 동해 가스전에서 가스 시추에 성공하면서 세계 95번째 산유국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20여년이 흐른 지금 정부가 "경북 포항 앞바다에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수 있다"는 또 하나의 가능성을 공개했습니다.
이에 투자자들은 일제히 '수혜 받을 법한' 주식들로 몰려갔습니다.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단어만큼 정책적 수혜가 확실한 게 없단 판단에섭니다.
증권가도 성공 시 수많은 수혜주들이 생겨날 것인 만큼 "시추 진행 상황을 봐가며 관련주 매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느니 호들갑이 낫다"는 얘기입니다. 다만 호흡이 긴 유전개발의 특성상 단기 급등한 주식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은 포항 석유·가스전을 언급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과거 1998년의 사례와 '오버랩' 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한국은 이미 전 세계 95번째 산유국 지위를 얻은 바 있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이름에서 땄다는 시추선 '두성호'가 1998년 7월 우리나라 최초의 가스전인 '동해-1'의 탐사 시추에 성공하면섭니다. 6년 뒤인 2004년부터 동해-1,2 가스전을 개발해 2조6000억원어치의 천연가스와 원유를 생산했죠. 2021년 가스 고갈로 결국 문을 닫았지만요. 약 17년 동안 1조2000억원을 들여서 총 2조6000억원을 회수했으니 수익성이 기대에는 못 미쳤습니다. 위치 등 오버랩되는 부분이 많긴 해도 규모 측면에서 과거와 지금은 크게 다릅니다. 이번 포항 앞바다 가스전은 과거 동해-1, 2 가스전에서 북쪽으로 수십㎞ 떨어진 거리에 있는데요. 석유와 가스의 추정 매장량은 동해 가스전의 300배가 넘는 최대 140억배럴 규모라고 합니다. 이 140억배럴을 기준으로 하면 기대수익은 1조4000억달러(약 1910조원)에 달합니다. 이 정도면 수입 대체 효과(해외에서 수입해 오던 것을 국내 생산으로 자체 공급할 수 있게 되면서 얻는 효과)뿐 아니라 국내 수익도 기대해 볼 만한 거죠. 만일 이번에 탐사 시추를 거쳐 상업적 생산에 들어가면 우리나라는 다시 산유국 지위를 되찾게 됩니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과거 동해-1, 2 가스전에서 18년간 한국가스공사가 국내로 도입한 천연가스는 연평균 35만톤에 그쳤다"며 "하지만 이번 신규 동해가스전에서 기대할 수 있는 천연가스 부존량은 연평균 1463만~5852만톤에 달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가스공사의 연평균 천연가스 판매량이 3556만톤, 국내 연평균 천연가스 도입량이 4440만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천연가스 수요의 대부분을 조달할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포항 앞바다 석유·가스 매장 분석을 맡았던 미국 액트지오(Act-Geo)의 고문 비토르 아브레우(Vitor Abreu)도 자신감을 내비쳤는데요. 그는 지난 7일 방한해 "이 프로젝트의 유망성은 상당히 높다"며 "이런 유망성을 보고 이미 세계적인 석유 관련 회사들이 크게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성공률 20%'를 두고선 "굉장히 양호하고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쓴 맛을 본 때도 있었기에 기대만 하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석유·가스 채굴업체인 캐나다 하베스트 인수에 4조5000억원을 들이고도 1조5000억원 규모 손실을 봤습니다. 해외자원정책이 힘을 못 받자 예산도 몇 년 사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는데요. 이명박 정부 출범 첫 해인 2008년 4260억원을 찍었던 해외자원개발 특별융자 예산은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2021년 349억원으로 줄었습니다.
증권가는 1998년 사례로 미뤄 최상의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성공 시엔 동북아시아 에너지 구조 재편과 중장기 탄소포집저장(CCS) 등 수소 관련 사업 시너지가 커지고 석유·화학 비용이 효율화하는 등 경제적, 정치적 이점이 상당할 것이어섭니다.
다만 상업화까지 7~10년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과한 단기 급등주는 비껴가면서 투자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실제로 대표 수혜주로 꼽혔던 한국가스공사는 정부의 발표가 이후 3일부터 사흘간 47%가량 폭등했지만 7일 하루에만 약 13% 빠졌습니다. 가스공사 수급을 보면 이번 한 주간 기관과 외국인이 524억원, 87억원 팔아치우는 동안 개인은 617억원어치 사들였습니다. 결국 개미들만 높은 변동성에 노출된 상태인 겁니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번 유전이 발견됐던 지역에는 또 다른 유전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번 포항 가스전에 거는 기대도 크다"며 "실패 가능성이 높다고 해서 마냥 허황된 소리로 치부할 것만도 아니고, 올해 하반기부터 있을 시추공 작업 등의 진행 과정을 봐가며 수혜주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성종화 LS증권 연구원은 "정부 발표로 테마성 모멘텀(동력)이 강했던 건 주가의 일반적인 속성 중 하나"라면서도 "시추와 생산에 오랜시간이 걸린단 점을 감안해 관련주들의 수혜 연관성과 정도 등을 꾸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주가가 과도하게 오른 주식들이 분명 있다"며 "이들 종목이 차분해질 때를 기다리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2000년대를 눈앞에 두고 언론에선 꿈에 부푼 소식들이 쏟아졌습니다. 한국이 동해 가스전에서 가스 시추에 성공하면서 세계 95번째 산유국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20여년이 흐른 지금 정부가 "경북 포항 앞바다에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수 있다"는 또 하나의 가능성을 공개했습니다.
이에 투자자들은 일제히 '수혜 받을 법한' 주식들로 몰려갔습니다.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단어만큼 정책적 수혜가 확실한 게 없단 판단에섭니다.
증권가도 성공 시 수많은 수혜주들이 생겨날 것인 만큼 "시추 진행 상황을 봐가며 관련주 매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느니 호들갑이 낫다"는 얘기입니다. 다만 호흡이 긴 유전개발의 특성상 단기 급등한 주식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은 포항 석유·가스전을 언급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과거 1998년의 사례와 '오버랩' 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한국은 이미 전 세계 95번째 산유국 지위를 얻은 바 있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이름에서 땄다는 시추선 '두성호'가 1998년 7월 우리나라 최초의 가스전인 '동해-1'의 탐사 시추에 성공하면섭니다. 6년 뒤인 2004년부터 동해-1,2 가스전을 개발해 2조6000억원어치의 천연가스와 원유를 생산했죠. 2021년 가스 고갈로 결국 문을 닫았지만요. 약 17년 동안 1조2000억원을 들여서 총 2조6000억원을 회수했으니 수익성이 기대에는 못 미쳤습니다. 위치 등 오버랩되는 부분이 많긴 해도 규모 측면에서 과거와 지금은 크게 다릅니다. 이번 포항 앞바다 가스전은 과거 동해-1, 2 가스전에서 북쪽으로 수십㎞ 떨어진 거리에 있는데요. 석유와 가스의 추정 매장량은 동해 가스전의 300배가 넘는 최대 140억배럴 규모라고 합니다. 이 140억배럴을 기준으로 하면 기대수익은 1조4000억달러(약 1910조원)에 달합니다. 이 정도면 수입 대체 효과(해외에서 수입해 오던 것을 국내 생산으로 자체 공급할 수 있게 되면서 얻는 효과)뿐 아니라 국내 수익도 기대해 볼 만한 거죠. 만일 이번에 탐사 시추를 거쳐 상업적 생산에 들어가면 우리나라는 다시 산유국 지위를 되찾게 됩니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과거 동해-1, 2 가스전에서 18년간 한국가스공사가 국내로 도입한 천연가스는 연평균 35만톤에 그쳤다"며 "하지만 이번 신규 동해가스전에서 기대할 수 있는 천연가스 부존량은 연평균 1463만~5852만톤에 달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가스공사의 연평균 천연가스 판매량이 3556만톤, 국내 연평균 천연가스 도입량이 4440만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천연가스 수요의 대부분을 조달할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포항 앞바다 석유·가스 매장 분석을 맡았던 미국 액트지오(Act-Geo)의 고문 비토르 아브레우(Vitor Abreu)도 자신감을 내비쳤는데요. 그는 지난 7일 방한해 "이 프로젝트의 유망성은 상당히 높다"며 "이런 유망성을 보고 이미 세계적인 석유 관련 회사들이 크게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성공률 20%'를 두고선 "굉장히 양호하고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쓴 맛을 본 때도 있었기에 기대만 하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석유·가스 채굴업체인 캐나다 하베스트 인수에 4조5000억원을 들이고도 1조5000억원 규모 손실을 봤습니다. 해외자원정책이 힘을 못 받자 예산도 몇 년 사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는데요. 이명박 정부 출범 첫 해인 2008년 4260억원을 찍었던 해외자원개발 특별융자 예산은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2021년 349억원으로 줄었습니다.
증권가는 1998년 사례로 미뤄 최상의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성공 시엔 동북아시아 에너지 구조 재편과 중장기 탄소포집저장(CCS) 등 수소 관련 사업 시너지가 커지고 석유·화학 비용이 효율화하는 등 경제적, 정치적 이점이 상당할 것이어섭니다.
다만 상업화까지 7~10년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과한 단기 급등주는 비껴가면서 투자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실제로 대표 수혜주로 꼽혔던 한국가스공사는 정부의 발표가 이후 3일부터 사흘간 47%가량 폭등했지만 7일 하루에만 약 13% 빠졌습니다. 가스공사 수급을 보면 이번 한 주간 기관과 외국인이 524억원, 87억원 팔아치우는 동안 개인은 617억원어치 사들였습니다. 결국 개미들만 높은 변동성에 노출된 상태인 겁니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번 유전이 발견됐던 지역에는 또 다른 유전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번 포항 가스전에 거는 기대도 크다"며 "실패 가능성이 높다고 해서 마냥 허황된 소리로 치부할 것만도 아니고, 올해 하반기부터 있을 시추공 작업 등의 진행 과정을 봐가며 수혜주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성종화 LS증권 연구원은 "정부 발표로 테마성 모멘텀(동력)이 강했던 건 주가의 일반적인 속성 중 하나"라면서도 "시추와 생산에 오랜시간이 걸린단 점을 감안해 관련주들의 수혜 연관성과 정도 등을 꾸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주가가 과도하게 오른 주식들이 분명 있다"며 "이들 종목이 차분해질 때를 기다리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