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8일 충남 천안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겸한 국가고용전략회의를 주재한 후 당진 현대 일관제철소 준공식에 참석한 것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이 대통령이 천안함 침몰 사고 이후 민생경제 현장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천안함 침몰이 본격적인 원인 규명 작업에 들어간 만큼 그동안 소홀했던 일자리 창출,경제 살리기에 다시 매진하겠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사고원인 규명작업을 철저하게 진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시급한 국정현안을 차질없이 챙기겠다는 '투 트랙 행보'다.

이 관계자는 특히 현대 제철소를 찾은 배경을 잘 새겨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현대 출신이라서 특별히 애정을 갖고 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비즈니스 프렌들리와 함께 기업가 정신을 줄곧 강조했다. 각국 정부가 재정 지출 확대를 통해 세계적 경제위기 극복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 왔지만 이제는 민간부문이 '기업가 정신'으로 바통을 이어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투자를 확대해 일자리를 늘려야 하고 녹색 뉴딜에 기업이 적극 나서야 할 때라는 점도 누차 역설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의 일관 제철소 준공이 상징하는 바는 바로 이 대통령의 기업관과 맞아 떨어진 측면이 크다"고 했다. 지난 10년간 국내에서 제대로 된 대규모 투자가 없었던 상황에서 경제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초대형 프로젝트를 꾸준하게 추진,준공시기를 늦추지 않은 데 대한 격려의 뜻도 담겨 있다는 게 참모들의 해석이다. 엄청난 고용을 창출하고 밀폐형 원료저장소를 통해 '친환경 굴뚝산업'으로 탈바꿈 한 것은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코드와 일치한다. 때문에 이 대통령의 당진행은 다른 기업들에 적지 않은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극심한 경기불황 속에서 판매 확대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인다는 역발상 전략,공격 경영으로 정면 돌파에 나선 것도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기업가 정신,도전 정신과 맥이 닿아 있다.

이 대통령은 2008년 11월 청와대에서 열린 일자리창출 민관합동회의에서 정 회장이 10분가량 투자계획 등에 관해 준비해 온 원고를 앞뒤 순서를 뒤바꿔 읽자 "왜 그렇게 읽은 줄 아느냐.원고를 읽으면서 머릿속에는 이미 이를 어떻게 하면 사업에 연결시킬 수 있을지,추가 사업을 어떻게 할지를 구상하느라 (원고에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해)그렇다"고 호평했었다. 당시 청와대의 한 참모는 "'할 수 있고,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세계적 기업을 일군 현대처럼 우리도 일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보였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0일 대전 방문에 이어 약 한 달 만에 충청지역을 다시 찾은 것은 천안함 사태로 인해 관심 밖으로 밀려난 세종시 수정 논의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순수한 경제 민생행보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