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사업의 새로운 장을 열 방조제가 오는 27일 개통된다. 원래 이 사업은 식량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우량농지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환경파괴 논란으로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사업목적은 점차 진화했다. 강산이 두 번은 바뀌었을 19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새만금 사업은 단순 농지 조성에서 동북아의 경제중심지 글로벌 명품 복합도시라는 새로운 비전을 창출했다. 새만금은 부르기 쉽고 외우기 쉬운 '아리울'이라는 이름으로 지어져 세계적 명품 브랜드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수한 기술력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주다치 간척사업도 사업목적이 진화한 경우다. 홍수조절과 해일 피해를 막기 위해 시작됐지만 지금은 산업과 관광이 접목된 세계적인 간척사업 1호 지역이라는 빛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새만금 부지의 30%는 농업용지로 개발된다. 이는 1차 산업에서 벗어나 1차,2차,3차산업이 어우러진 6차산업으로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명품농업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활용된다. '아리울'의 농업브랜드가 글로벌 명품으로 성장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해외의 대표적 농업 선진국인 덴마크와 뉴질랜드의 성공전략을 보면 알 수 있다.

덴마크는 농업을 기업화하는 정책을 통해 농민의 소득을 높였고 철저한 농업교육과 기술개발을 지원했다. 농업자문센터와 은행을 연결해 일정한 자격을 보유한 사람만이 농장 경영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으며 금융권에서는 경영실적이 우수한 사람은 국가적으로 장려하고 경영실적이 부족한 사람은 농업을 중단하도록 유도했다. 이러한 특화된 지원과 기술개발은 덴마크 농업의 경쟁력을 높였고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뉴질랜드의 성공전략은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 및 전략적 글로벌 마케팅에 있다. 이 나라는 낙농을 통해 생산한 70억t의 우유 중 5% 이하만을 국내에서 소비하고 나머지는 치즈나 버터 등으로 제조해 수출한다. 또 모든 키위를 제스프리 브랜드로 통합,수출하고 정부에서 품질을 보증한다. 또 매출액의 30%를 마케팅 비용으로 재투자해 세계 키위시장의 20%를 점유하는 세계 최고 브랜드가 됐다.

물론 덴마크와 뉴질랜드는 새만금과 다른 지형적,기후적 환경을 지니고 있어 이들 국가의 전략을 그대로 새만금에 적용시키기는 어렵다. 우리가 이들 사례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농업에 경영전략 및 브랜드 개발을 접목해 수출을 증대하고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시켰다는 점이다.

새만금이 첨단기술과 마케팅 전략을 갖춘 기업형 농업의 모습을 갖추려면 고유의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져야 한다. "새만금은 한국의 만리장성"이란 외국인들의 시각도 새겨볼 만하다. 지난 1월 확정된 새만금 종합실천계획안은 이러한 전략이 상당부분 반영됐다. 계획안에 따르면 새만금은 대규모 농어업회사,집약적 고부가가치 원예 및 화훼단지,농산업 클러스터 등을 통해 수출농업 전진기지로 육성될 계획이다. 또한 첨단농업시범단지,녹색성장시범단지,자연순환형 유기농업단지 등 친환경 · 고품질 첨단농산업 기반과 더불어 농업테마파크,생태경관,친환경 농촌마을,수목원 등 녹색성장 농업생태관광 인프라도 구축될 예정이다.

새만금 미래농업의 큰 그림은 그려졌다. 이제 남은 건 기본적인 뼈대 위에 세부적인 그림을 얼마나 잘 그리느냐 하는 것이다. 새만금 미래농업의 세부그림은 어느 한쪽에서만 그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민 · 관이 함께 노력해 후대까지 영원히 기억에 남을 명화(名畵)를 그려 나가야 한다. 한국농어촌공사를 비롯한 정부기관과 민간기업의 공동노력 및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새만금이 덴마크나 뉴질랜드에 버금가는 글로벌 명품농업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손재권 < 전북대 교수·새만금연구사업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