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가 올해 노조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노노분열에 휩싸이고 있다. 이경훈 집행부를 공격하는 강경 노선의 현장조직들은 최근 노조 게시판에 "이경훈 집행부가 사고쳤다","투쟁의지가 없다"며 집행부를 비판했다. 반대파들은 주간 연속 2교대 시행과 관련한 집행부의 설문조사가 "회사 측을 편들고 있는 내용 일색"이라며 "근로시간이 줄어도 임금과 고용에 전혀 손실이 없는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장조직들이 집행부를 노리며 흠집내기에 나선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노조의 임단협이 끝난 후 성과물에 대해 비판을 가하는 것에서 벗어나 현장조직이 노조 설문조사내용까지 문제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일반 조합원들의 반응이다.

주간연속 2교대는 현재의 밤샘근무제를 없애고 주야간 각 8시간씩을 일하는 제도다. 지난해 초 노사가 도입하기로 합의했지만 공장마다 생산물량과 작업여건 등이 천차만별이어서 극심한 노노,노사 갈등만 키운 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전임 노조 지부장이 노사 협상 중 중도사퇴한 전대미문의 사태도 바로 주야간 2교대제를 둘러싼 노노갈등에서 비롯된다.

이경훈 집행부가 설문조사를 통해 조합원 정서를 읽은 뒤 야간근무 없는 2교대제의 시행 여부를 결정짓기로 한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현장조직들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현 집행부에도 임금과 고용보장,노조 기득권 저하 없는 주간연속 2교대제를 요구하며 집행부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형국이다. 한 조합원은 "이 지부장이 최근 도요타 리콜 사태와 미국 디트로이트 몰락현장을 직접 보고 현대차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며 노사 윈윈패러다임을 제안한 것이 현장조직들의 반발을 야기한 듯싶다"고 분석했다.

그간 노노갈등을 우려해 그동안 말을 아껴왔던 이 지부장도 이번에는 정면 돌파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는 최근 노조소식지를 통해 "상대를 깎아내려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구시대적 발상보다는 잘하는 것에 대해 칭찬하자"고 당부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은 미국 업계의 몰락에서 보듯 전면전이 진행 중이다. 이런 마당에 노노간 싸움은 발붙일 곳이 없다. 현장조직도 변해야 할 때다.

하인식 울산/사회부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