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사업을 하면서 성실하게 세금을 내온 중소기업들은 올해부터 5년간 세무조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백용호 국세청장(사진)은 2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중소기업중앙회 초청 강연에서 이 같은 내용의 중소기업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의 대상은 20년 이상(수도권은 30년) 계속해서 사업을 해온 연 매출액 300억원 미만의 법인과 연간 수입액 20억원 미만의 개인으로 성실신고를 해온 9만5700여명이다. 이 가운데 법인은 1만600명,개인 사업자는 8만5100명이다.

지역별로는 지방이 7만5900명으로 이 중 법인이 6100개,개인이 6만9800명이다. 수도권은 1만9800명으로 법인 4500개,개인 1만5300명이 혜택을 받는다.

성실신고 사업자 선정은 이들 기업의 신청을 받아 국세청이 검증을 거쳐 지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실제 수익 대비 신고 수익의 비율(신고 소득률)이 업종 평균 이상인 기업,체납 및 조세 관련 처벌 사실이 없는 기업 등이 선정 조건이다.

백 청장은 "세무조사 결과 성실하게 신고한 것으로 인정되는 '조세 모범납세자'도 해당 지방청장의 추천을 받아 향후 5년간 세무조사 대상 선정에서 제외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세무조사 유예가 아닌 조사대상 선정에서 제외하는 것은 획기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외부 강연에 나선 백 청장은 "올해를 '숨은 세원 양성화의 원년'으로 삼아 세법 질서 확립을 통한 재정수입 확보와 공평과세 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지하경제 비중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0~30%인 200조~300조원에 달한다"며 "선진국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지하경제 규모는 평균 GDP의 10% 선으로 알려져 있다.

백 청장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한 해 20조원가량의 세수가 확보된다"며 "이는 지난해 각종 감세정책으로 인한 세수감소 규모(약 13조원)보다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숨은 세원만 밝혀낼 수 있다면 얼마든지 세율을 인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넓은 세원에 낮은 세율을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 청장은 이날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둘러싸고 제기돼온 의혹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특히 국세청이 김대중 · 노무현 정부 때 소위 재미를 본 기업들을 손보고 있다는 정치권의 주장에 대해 "전적으로 사실도 아니고 있을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전체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비율은 서울이 0.8%고 광주는 0.5%로 특정 지역이 오히려 낮다"면서 "특정 지역을 선정해 세무조사를 강화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백 청장은 또 국세청에서 세무조사를 나가게 되면 적발되는 건수가 없는데도 어떻게든 세금을 매긴다는 오해와 관련,"실제 5% 정도는 전혀 세금을 부과하지 않았으며 조사해서 성실하게 납세했다면 (국세청이) 오히려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무조사가 늘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금융위기로 인해 일시적으로 줄였던 조사 횟수를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의 경제 상황에 대해 백 청장은 "경제위기를 막 벗어난 시기에 5% 경제성장을 이룬다면 상당한 성과"라며 "시장 친화적인 경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출구전략보다 더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