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내 휴대전화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던 외산 단말 제조업체들이 스마트폰을 앞세워 재도전에 나서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애플 '아이폰' 출시 이후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외산 휴대전화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속속 재진입하고 있다.

글로벌 휴대전화업계 '빅5' 업체 중 하나인 소니에릭슨은 상반기 중 SK텔레콤을 통해 첫 안드로이드폰 '엑스페리아 X10'을 출시한다.

지난해 SK텔레콤을 통해 '엑스페리아 X1'을 출시하면서 국내 시장에 진입한 소니에릭슨은 일명 '몬스터폰'으로 불리는 'X10'과 함께 'X10'의 주요 기능을 신용카드보다 작은 크기에 담은 'X10 미니'를 통해 국내 휴대전화 시장에 자리를 굳힌다는 계획이다.

쿼티 키패드에 윈도 모바일 운영체제(OS)를 적용한 '엑스페리아 X1'은 지난해 3월 출시 이후 현재까지 5만대 가량 판매됐다.

역시 지난해 3월 '터치다이아몬드'로 국내 시장에 진입했던 스마트폰 전문업체인 대만의 HTC도 두 번째 스마트폰 모델 'HD2'를 2분기 내 국내 시장에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을 통해 출시될 이 제품은 윈도 모바일 6.5를 채택했으며, 4.3인치(10.9㎝) 대형 액정화면에 퀄컴의 스냅드래곤 프로세서, 1,230mAh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 등을 탑재했다.

일각에서는 HTC가 'HD2'의 OS를 윈도 모바일 6.5에서 윈도폰7으로 업그레이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국내 시장 최초로 윈도폰7 스마트폰이 출시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세계 최대 휴대전화업체인 노키아도 국내 시장에서 후속 모델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음악감상에 특화된 스마트폰 '익스프레스 뮤직'으로 '아이폰'과 '옴니아2'의 틈새 시장을 공략, 6만대 이상을 판매하며 재미를 본 노키아는 현재 KT와 후속 스마트폰 출시를 협의 중에 있다.

노키아는 상반기 내 1개 스마트폰 모델을 KT를 통해 출시한 뒤 시장 상황에 따라 후속 모델을 한국 시장에 계속 투입할 예정이다.

지난 2월 국내 최초 안드로이드폰 '모토로이'를 내놓은 모토로라 역시 연내 2∼3종의 안드로이드폰을 국내에 추가로 선보인다.

존 게르게타(John Gherghetta) 모토로라 부사장(인터내셔널 마켓 총괄)은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0'에서 "연내 한국에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을 몇 종류 더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출시될 안드로이드폰 중 일부는 쿼티 키패드를, 일부는 터치스크린을 지원하는 제품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던 외산 단말업체들의 제품 출시가 잇따르는 것은 지난해 말 애플 '아이폰' 출시를 전후로 외산 단말업체를 가로막던 각종 장벽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와 달리 국내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라는 세계 2, 3위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있는데다 이들이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면서 외산 단말기가 들어설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아울러 국내 독자 모바일 플랫폼인 위피 탑재의 의무화, 이동통신사 중심의 까다로운 시장 구조 등도 외산 단말기의 국내 진입을 가로막는 요소였다.

실제 외산업체 중 모토로라만이 2008∼2009년 9종의 휴대전화를 SK텔레콤을 통해 출시했을 뿐 노키아, 소니에릭슨, 림, HTC 등 나머지 업체들은 국내에서 1∼2개 모델만을 출시하는데 그쳤고 판매량 역시 수만대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위피 시스템 탑재 의무화 제도가 폐지되고 스마트폰 시장의 본격화로 이통사들이 가입자 유치의 핵심요소인 차별화된 단말기 확보에 나서면서 외산 단말기의 시장 진입 여건이 개선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일반 휴대전화와 같은 막강한 경쟁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애플 '아이폰'이 3개월만에 40만대 판매를 돌파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SK텔레콤은 '아이폰' 대항마를, KT는 '아이폰' 후속모델을 경쟁적으로 준비하게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외산 단말기의 국내 시장 출시는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넓혀주고 국내 휴대전화는 물론 이동통신 시장의 글로벌 경쟁력을 쌓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