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20·고려대)가 26일(한국시간)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자신이 세웠던 세계 신기록을 경신하며 한국 피겨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 한 때 '숙적'으로 평가받던 일본의 아사다 마오(20·츄쿄대)는 김연아(총점 228.56)보다 23점 이상 뒤진 205.50을 기록, 은메달에 그치며 '높은 벽'을 실감했다.

두 라이벌의 이번 올림픽 결과와 관련, 이들 선수를 후원하는 업체들의 '엇갈린 명암'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김연아는 현재 국내 대표기업인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 아사다 마오는 현재 메인스폰서로는 일본 롯데와 올림푸스 등을 두고 있지만, 태어나고 자란 곳이 '도요타 타운'이라 불리는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市)다. 일본 도요타자동차 본사는 물론, 무려 12개의 조립공장과 부품공장이 모여있는 이곳은 도요타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일본 피겨의 본산'으로 자리 잡은 지역이기도 하다. 마오의 소속 대학인 츄쿄대도 이 지역에 있다.


일본의 주요 피겨 선수들 상당수가 이곳 출신이며, 역시 이 지역 출신인 안도 미키(23)는 도요타의 피겨팀에 소속돼 있다. 도요타는 지난 1989년 이토 미도리(41)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후 일본에서 피겨 열풍이 일자 선수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시작했다. 과거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아사다 마오의 '휘황찬란한' 연습 링크장은 도요타의 지원으로 지어졌다. 마오가 현재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도요타가 적지 않은 공을 세운 셈이다.

김연아는 지난 2008년 12월 현대차와 2년간 후원계약을 체결하며 인연을 맺었다. 현대차는 이후 제작한 일부 신차 광고 김연아를 출연시키며 금전적인 지원을 보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앞둔 지난해부터는 캐나다에서 훈련차 체류하는 김연아에게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베라크루즈를 지원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김연아가 출연하는 '최고가 되는 길'이라는 주제의 캠페인성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러한 두 선수의 기업과의 후원관계 때문일까. 해외 일부 언론은 김연아에게 현대차를, 아사다 마오에게 도요타를 투영하는 보도 행태를 보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 김연아 선수의 쇼트 프로그램 올림픽 신기록 달성을 언급하며 한국 기업들의 활약을 소개했다. FT는 이에 연관지어 도요타와 대조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현대차의 활약도 조명해 눈길을 끌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