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시 교문동의 자영업자 김모씨(51)는 이달 초부터 입주가 시작된 남양주 진접지구 '신안인스빌' 아파트 113㎡형을 500만원가량 손해보고 최근 팔았다. 분양대금 2억6500만원에 거실 확장 및 등기 비용 등을 합쳐 2억8500여만원이 들었다. 하지만 매각 후 손에 쥔 돈은 2억8000만원에 불과했다. 그동안 금융비용까지 감안하면 손실은 더 커진다. 교문동 집을 팔려고 내놨으나 시세대로 팔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새 아파트를 매각했다.

서울 · 수도권에서 1000세대 이상 대규모 아파트 단지 30여곳이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입주에 들어간다. 그러나 실물경기 회복지연,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등으로 기존 주택 거래가 급감하면서 새 아파트를 분양받은 기존 주택 소유자들이 입주 예정 아파트를 잇따라 매물로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앞으로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에따라 대규모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단지들을 잘 살펴보면 전세나 매입을 원하는 실수요자들은 상대적으로 싼값에 집을 장만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단지 입주가 많아질수록 이들 단지 주변의 전세 · 매매가격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5만채 입주 기다리는데…"집 팔려야 이사가지"
17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서울 은평뉴타운,광명 하안 · 철산동,남양주 진접읍 등에서 이달부터 1000세대 이상 대단지 입주가 시작되는 것을 비롯,서울 · 수도권 곳곳에서 연말까지 30여곳의 대단지 집들이가 예정돼 있다.

오는 8월 입주가 시작되는 고양 식사지구 위시티 '일산자이'단지는 전체 주택수가 4683채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크다. 올해 입주할 서울 · 수도권 단일 단지로는 최대 규모다. 이어서 10월쯤엔 같은 식사지구에서 2350채 규모의 '블루밍 일산위시티'도 입주에 나선다. 또 식사지구 인근 덕이지구에서는 신동아건설이 건설 중인 3316채짜리 대단지가 비슷한 시기에 입주자를 맞게 된다.

수도권 남부에서는 용인지역에서 대단지 입주가 특히 많다. 오는 5월께는 2393채 규모의 '래미안동천'이 입주에 들어가고,이어 6월에는 1512채 규모의 '성복힐스테이트 2 · 3차'도 집들이를 시작한다. 이에 앞서 4월에는 '신동센트레빌(1238채)'이 계약자들을 맞이한다.

서부권에서는 인천과 광명에 대규모 입주단지가 몰려있다. 한화건설은 인천 고잔동에서 3416채 아파트를 올 연말 완공한다. 광명 하안 · 철산동에서는 대림산업 동부건설 대우건설 등이 건설한 아파트 4000여채가 입주를 진행한다. 동부권에서는 남양주 진접읍에서 신안인스빌 2340채가 이달 초부터 입주에 들어갔다. 남양주 호평동에서는 호평파라곤 아파트 1275채도 연말쯤 주인을 맞는다.

서울에서는 은평뉴타운과 성북구 길음 · 정릉동,강북구 미아동 등에서 대형 재개발 단지 입주가 이달부터 10월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대단지 입주가 이뤄지는 지역의 경우 수요 · 공급의 균형이 일시적으로 깨지면서 전세 · 매매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현상이 생기게 된다고 전한다. 스피드뱅크 조민이 팀장은 "대규모 입주가 몰릴 경우 주변 지역의 전세 · 매매가격은 물론이고 분양가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따라서 입주시기를 잘 겨냥한다면 실수요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전세 · 매매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