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들이 모바일 시장 판도를 뒤흔들 저력이 여전함을 과시했다(Old dogs show they can still rock the mobile world)." 미국의 간판 정보기술(IT) 전문 웹진인 ZD넷은 16일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인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0'에서 파격적인 제품과 새 동맹 전략을 내놓은 마이크로소프트(MS),노키아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기세에 눌리는 것처럼 보이던 IT 분야의 베테랑들이 이번 행사에서 녹록지 않은 힘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개방형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앞세운 구글도 소니에릭슨,가민,아수스 등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등 세(勢) 과시에 나섰다. 다양한 스마트폰 OS 대안이 쏟아져나오면서 향후 '스마트폰 전쟁'은 어느 한쪽의 절대 우세를 점치기 어려운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MS 윈도폰7,스마트폰에 최적화한다

MS는 아이폰,안드로이드폰에 맞설 카드로 '윈도폰7' 시리즈를 내놓았다. 스티브 발머 MS 최고경영자(CEO)는 "달라진 생활 양식,주변 사람들과 연결하고 싶어하는 욕구 등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가장 잘 반영한 윈도폰7은 휴대폰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선 MS의 윈도폰7이 구글 안드로이드의 탁월한 검색 기능에 애플 아이폰의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결합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예컨대 윈도폰7을 탑재한 스마트폰은 모두 MS의 검색엔진 '빙(Bing)'으로 연결되는 바로가기 버튼을 장착했다. 구글 안드로이드가 한 번의 클릭으로 구글서치(검색)로 연결되는 것과 비슷하다. 애플이 MP3 플레이어 '아이팟'의 기능을 아이폰에 그대로 적용한 것처럼 MS도 윈도폰7에 MP3 플레이어 '준(Zune)'의 기능을 담아놓았다.


윈도폰7에서는 사람,사진,게임,음악 · 비디오,마켓 플레이스,오피스 등 6개로 구성된 '윈도폰 허브(통합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기능도 즐길 수 있다. 친구가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 등과 같은 SNS(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에 글을 올리면 휴대폰 첫 화면에서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사진 허브에선 PC를 스마트폰과 연동해 사진이나 동영상을 한곳에 모을 수 있고 게임 허브에서는 MS의 콘솔게임인 'X박스'를 연동해 즐길 수 있다.

◆노키아-인텔,'노장'들의 제휴

세계 1위 휴대폰업체 노키아는 인텔과 손을 잡았다. 각사가 보유하고 있던 마에모와 모블린이란 리눅스 기반 OS를 오는 2분기 내 통합,'미고'란 새로운 OS를 선보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들이 대규모 제휴에 나선 것은 스마트폰에 이어 넷북,태블릿 등으로 무한 확장하고 있는 애플과 구글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미고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태블릿PC(소형 터치스크린 PC),넷북,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IT기기에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꺾일 줄 모르는 안드로이드 진영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은 신제품을 대거 공개했다. 'X10'을 내놓은 소니에릭슨을 비롯해 공동으로 제품(누비폰 A50)을 만든 미국 내비게이션 회사인 가민과 대만 PC업체인 아수스 등도 새롭게 가세했다.

대만의 에이서는 안드로이드폰 '리퀴드'의 후속 모델인 리퀴드e를 선보였다. 안드로이드폰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모토로라는 여덟 번째 안드로이드폰 '퀀치'를 발표했다. 3.1인치 화면을 장착했으며 SNS를 비롯해 이메일 사진 등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모토블러' 서비스를 담았다. 존 게르게타 모토로라 부사장은 "최근 한국에서 안드로이드폰 모토로이의 반응이 좋다"며 "올해 안에 한국 시장에 안드로이드폰을 몇 종 더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휴대폰뿐만 아니라 PC,내비게이션 제조사들이 잇따라 참여해 구글의 힘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퀄컴은 새로운 전자책 공개

퀄컴은 모바일 기기용 절전형 디스플레이 '미라솔'을 장착한 전자책(e-book) 단말기를 선보였다. 미라솔은 두 장의 거울 사이로 빛을 통과시켜 화면을 만드는 신기술이다. 체릴 굿맨 미라솔사업부 디렉터는 "컬러 화면에 동영상까지 보여줄 수 있는데도 전력 소모량은 LCD(액정표시장치)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바르셀로나(스페인)=안정락/김태훈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