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는 증시에서 업종별로 상반된 영향을 미친다. 원화 강세로 환율이 떨어지면 가장 타격을 받는 종목들이 수출 관련주다. 환율 하락은 해외 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이익감소 우려가 대두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증시 상승의 주역이었던 정보기술(IT) 자동차 등이 대표적인 업종이다.

반면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나 철강 등 산업재,외화 부채가 많은 정유주,음식료 제약 등 내수 소비재 등은 원화 강세의 수혜주들이다. 항공주와 여행주도 환율이 떨어지면 이익 증가가 기대되는 종목들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연초부터 원화 강세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IT 자동차 등 수출주가 주도해온 장세에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신 환율 부담이 덜한 내수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점진적으로 재편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다만 수출주 가운데서도 기술력이 뛰어나고 시장 지배력이 높은 기업의 경우 환율이 급락하지 않는다면 경쟁력 유지가 가능해 여전히 주가 전망이 밝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원화강세 지속되면 내수주 늘려야

환율과 업종 간 상관관계는 지난해 3분기 환율이 빠르게 떨어졌던 무렵의 주가 흐름을 보면 뚜렷하게 드러난다. 작년 8월 말 1248원90전이었던 원 · 달러 환율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다가 10월15일에는 1155원10전에 마감,한 달반 사이에 7.5% 급락했다.

원화가 강세를 보이자 관련 수혜주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4.2% 소폭 상승하는 동안 철강(13.5%) 전기가스(10.2%) 음식료(9.7%) 등은 주가가 크게 올랐다. 반면 전기전자(-2.2%) 운수장비(-0.5%) 등 수출주는 주가상승에 제동이 걸렸다.

주요 증권사들은 내재가치가 높으면서 원화강세로 혜택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종목으로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주,SK에너지 에쓰오일 GS 등 정유주,CJ제일제당 대상 농심 등 음식료주,한국전력 대한항공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을 꼽았다. 대우증권은 원 · 달러 환율이 50원 떨어지면 포스코의 연간 영업이익은 3.7%,현대제철은 10.8% 각각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정유주의 경우 원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원유도입시 부담하는 대규모 외화부채가 줄어드는 대신 외화관련 이익이 생겨 세전이익이 늘어나는 효과가 기대된다. 음식료주와 전기가스주 역시 환율하락은 원가부담 감소로 이어져 실적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항공주와 여행주는 원화강세로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날 경우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실제 올 들어 14일까지 대한항공(6.92%) CJ제일제당(6.57%) 현대제철(4.13%) 등은 코스피지수 상승률(0.18%)을 웃돌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플레이어는 여전히 유망

IT 자동차 등 수출주는 일단 환율하락이 부정적인 소식이다. 특히 엔화까지 약세를 지속할 경우 주요 경쟁사인 일본 기업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더욱 약해질 수도 있다. 지난해 7월 100엔당 1400원대였던 원 · 엔 환율은 최근 1200원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수준에서는 수출주의 경쟁력에 큰 문제가 없지만 엔화가치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특히 국내 IT주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실적이 뒷받침되는 수출주의 경우 환율이 현재 수준에서 급락하지 않는다면 중장기적으로 주가 전망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 · 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삼성전자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은 각각 2341억원과 481억원 감소한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이는 연간 영업이익의 2~3%로 크게 문제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도 "환율 하락이 수출주에는 부정적이지만 글로벌 수요회복과 국내 업체의 점유율 상승에 따른 출하량 증가분이 이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해외펀드는 환헤지형 상품이 유리

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는 해당 국가의 통화가 강세를 보일 때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 증시 상승에 따른 자본차익은 물론 환차익까지 거둘 수 있어서다. 하지만 최근처럼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해외펀드는 불리해진다. 환율 변동에 노출된 해외펀드는 주식 투자로 수익을 내고도 투자 국가의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환차손을 입게 된다. 이럴 경우에 대비한 것이 환헤지다. 해외펀드는 주로 해당 국가의 선물환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환헤지를 한다.

원화가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해외펀드 수익률을 보면 환노출형보다 환헤지형의 성과가 월등히 좋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으로 '삼성글로벌워터펀드'의 6개월 수익률은 환헤지형이 23%에 달했지만 환노출형은 9%에 그쳤다.

일본펀드인 '삼성당신을위한N재팬펀드'도 이 기간 환헤지형은 10% 수익을 낸 반면 환노출형은 3% 손실을 입었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개인이 환율 움직임을 예측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환헤지를 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