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러시아 첨단 제설장비로 신속대응

서울에 기상 관측 사상 최대의 `눈폭탄'이 쏟아지면서 4일 도로가 빙판길로 변해 곳곳에서 교통 대란이 빚어졌다.

세계 주요 국가들도 이번 겨울 한파와 폭설이 이어져 연말 휴가를 망치거나 출퇴근 전쟁을 치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연말에는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고속열차인 유로스타가 한파로 인해 고장나 승객들이 해저 터널에 갇혀 꼼짝 못하는 일이 벌어졌고 유럽 각국에서는 공항이 폐쇄되고 고속도로가 마비되기도 했다.

그러나 눈이 많이 내리는 러시아나 북유럽, 미국 동북부 지역을 비롯해 선진국의 경우 첨단 제설 장비를 갖추고 있는 것은 물론 상대적으로 더 기민하고 체계적인 제설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 = 뉴욕과 보스턴 등 미 동북부 지역은 겨울철에 10인치(25센티미터) 이상의 눈이 내리는 것은 다반사다.

이 때문에 제설 시스템과 장비도 발달해 있다.

대중교통보다 자가용 이용이 많은 미국, 특히 눈이 많은 동북부 지역에서는 도로 제설 작업은 겨울철 가장 큰 행정업무에 속한다.

웬만한 시 단위에서는 제설용 삽날이 부착된 다목적 제설 차량이나, 폭설 전용 그레이더를 여러 대씩 보유하고 있다.

일단 눈 예보가 있으면 주요 도로에는 거의 100미터 간격으로 제설차량이 배치된다.

눈이 어느 정도 내려 도로에 쌓이기 시작하면 제설차량이 곳곳에서 사이렌을 울리며 눈을 도로 가장자리로 밀어내고 염화칼슘을 뿌린다.

이 같은 초기 대처 덕에 눈이 많이 오더라도 뿌려놓은 염화칼슘으로 도로의 눈이 녹아 빙판길은 생기지 않는다.

폭설이 내릴 경우 이 같은 작업이 수차례 반복되며 웬만한 눈으로는 도심과 고속도로가 마비되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제설 작업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몫만은 아니다.

집이나 건물 주인들은 행인들이 지나가는 보도나 집앞의 드라이브 웨이를 치워야 하는 의무가 법적으로 지워져 있다.

자기 집 앞의 눈을 치우지 않아 지나가는 행인이나 우편집배원 등이 미끄러져 다쳤을 경우 이들에 대한 배상 책임은 집주인에게 있다.

이 때문에 건물주나 집주인들은 차량에 부착하는 제설용 블로우어 등 장비를 갖춰 놓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민간 제설업체를 고용해 제설 작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들은 이면도로의 일정구간을 치운 후 주정부로부터 제설비용을 지급받는다.

이런 제도 덕분에 눈이 많이 오면 겨울철에는 제설작업으로 개인들이 상당한 수입을 챙긴다.

이렇게 풀린 돈은 지역 경기를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북동부 지역은 폭설이 잦으면 경기가 살아난다는 얘기가 설득력이 있을 정도다.

사실 웬만한 폭설에도 주요 도로의 교통을 포함해 도시 기능이 끄떡없는 이유는 충분한 제설 예산이 확보돼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겨울철 폭설이 드문 수도 워싱턴D.C와 인근 버지니아, 메릴랜드는 상대적으로 적은 눈에도 쩔쩔매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몇십 년 만의 기록적인 폭설은 자연재해로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주정부 당국은 주민들에게 외출을 자제토록 당부하는 한편 주방위군을 동원해 정전이 된 가구나 노약자, 독거노인 등을 위해 비상구호물품을 제공하는데 치중한다.

버지니아주의 경우 폭설이 내리면 주요 고속도로와 간선도로만 치울 뿐 주택가의 이면도로는 거의 손대지 못한다.

이렇게 되면 스쿨버스 통행이 어려워 각급 학교의 휴교가 불가피하다.

주민들도 폭설 적응력이 상당히 커져, 기상예보에 따라 비상식료품을 사전에 충분히 확보하고 외출을 자제하는데 익숙하다.

병원 응급실을 비롯해 반드시 문을 열어야 하는 곳은 4륜구동 차량을 이용한 경우에만 고객을 받는 식으로 운영, 대책 없이 몰고 나온 차량이 교통소통을 방해하는 일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러시아 = 워낙 눈이 많은 곳이라 눈이 내리는 한 쉬지 않고 제설작업이 이뤄진다.

모스크바 등 대도시의 경우 아무리 많은 눈이 내려도 주요 도로는 말끔히 눈이 치워져 있는 것도 `쉼 없는 제설 작업' 때문이다.

현재 모스크바시에서 운영하는 제설 작업차는 약 3천여대. 제설제를 뿌리고, 도로 양옆으로 눈을 밀어내는 제설차는 물론 컨베이어 벨트를 장착한 차량에 눈을 올린 뒤 이를 다시 트럭에 옮겨 싣는 장비도 갖추고 있다.

또 눈이 많이 오면 한두 대의 제설차가 쓱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5-6대가 한꺼번에 열을 지어 도로 전면에서 눈을 완전히 제거한다.

아파트 단지 안은 물론 주택가 이면도로와 보행자 도로 등의 눈도 말끔히 치워지는데 이는 각 구청이 고용하는 인력들, 특히 중앙아시아 이민 노동자들이 제설작업에 총동원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눈이 오는 날이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하루종일 눈을 치운다.

단지 제설장비가 부족한 일부 소도시는 몇 달이고 쌓인 눈이 방치돼 있지만 주민들이 이를 크게 게의치 않는 점도 러시아만의 특징이다.

◇스위스 = 알프스 산맥을 끼고 있어 겨울철에 동부 산악지역을 중심으로 눈이 많이 내리기로 유명하다.

강설량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제설 작업을 법으로 강제하기보다는 자율에 맡기고 있으며, 따라서 자택 주변의 눈을 치우지 않더라도 벌금 따위를 물리는 일은 없다.

제설작업은 칸톤(州)보다 하위 행정 단위인 코뮌(시 또는 구)에서 자체적으로 이뤄지며, 일단 눈이 오면 지역의 도로 폭에 맞는 다양한 크기의 제설차가 총동원돼 거의 온종일 반복적으로 거리를 누비며 눈을 치우고 염화칼슘을 살포한다.

특히 차도뿐만 아니라 보행자가 다니는 인도 역시 코뮌에서 제설작업을 책임지며,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관리인이 동력 제설기계를 동원해 눈을 치운다.

개인주택의 제설에 대한 별도 규정은 없지만, 눈을 치우지 않고 방치할 경우 자가용 운행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거주자들이 자발적으로 치운다.

언덕길이 많고 강설량이 많은 스위스에서 겨울에 스노타이어와 체인은 필수이고, 누구나 겨울이 오기 전에 타이어를 교체하기 때문에 별도 규정은 없다.

다만 현지 상황에 따라 경찰이 체인이 없는 차량의 통행을 통제할 수 있으며, 눈길 교통사고 발생시 스노타이어나 체인을 하지 않은 차량이 보험사 책임 산정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영국 = 오래된 좁은 도로가 많은 영국에서 제설대책의 핵심은 조기경보시스템이다.

눈이 온 뒤 뿌리면 이미 늦기 때문에 눈이 오기 직전에 제설제인 `암염'을 집중적으로 살포한다.

이를 위해서는 도로가 빙점 이하로 떨어지는 때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국 주요 고속도로와 간선도로의 아스팔트 표면에는 센서가 깔려 있다.

70~80년대부터 사용되기 시작해 지금은 악천후가 이어지는 계절에 도로 상태를 예측하는데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 센서는 도포 표면의 온도, 이슬 상태 등을 측정해 케이블 등을 통해 도로 옆에 설치된 기상장비에 전달한다.

이 기상장비는 추가로 공기 중 온도, 도로 표면 온도, 풍속, 풍향, 도로의 습기 등을 측정해 데이터를 전송한다.

이러한 정보는 기상청과 지방정부의 모니터에 나타나고 담당 공무원은 이를 바탕으로 제설제 살포 시점을 결정한다.

센서가 깔려 있지 않은 곳에서는 기상청이 매시간 마다 발표하는 예보를 바탕으로 제설 대책을 가동한다.

각 지방정부는 추위가 시작되기 전인 10월에 3곳의 지하 광산에서 암염을 구입해 비축하지만 추운날씨가 이어진 이번 겨울에는 스코틀랜드 몇몇 지방 정부의 경우 암염이 일찍 바닥나 긴급 공수를 받기도 했다.

◇프랑스 = 폭설이 내리면 기상당국인 메테오 프랑스가 가장 먼저 비상경보를 발령하는 것으로 관련 행정부처와 일선 시·도 등 지방정부에 즉각적인 대책을 주문한다.

지방정부는 눈이 내리기 전에 미리 제설제를 교통량이 많은 도심 주요 도로 등에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집중적으로 살포하는 등 신속한 대처에 나선다.

파리시의 경우 주요도로 800㎞에 대해 수십대의 차량을 동원해 제설제를 미리 뿌려 폭설에 대비한다.

각 지방정부는 또한 시시각각 빙판길 현황과 적설량, 주요 도로의 제설현황 등을 담은 정보를 시민들에게 공개해 도로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고 있다.

지방정부는 도로 외에도 공원과 화단, 묘지 등에 대해서도 통행로 확보 등을 위한 제설 대책을 즉각 시행한다.

도로변에 사는 사람들은 자기 집 앞길에 쌓인 눈을 치우는 것이 의무화돼 있다.

◇독일 = 16개 연방주는 주법률에 따라 제설작업을 규정하고 각 지방자치단체가 이에 따라 제설작업을 관리하고 있다.

거의 모든 지자체는 제설을 담당하는 도로청소용역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고속도로에 대한 제설작업은 도로관리공단에서 담당한다.

베를린의 경우 `베를린 도시청소용역(Berliner Stadtreinigung,BSR)'이 동계 제설작업을 맡고 있으며 인도의 제설작업은 인근 토지소유자가 책임을 진다.

그러나 개인은 제설작업을 위해 염화칼슘을 살포할 수 없다.

450대의 제설차량과 2천여 명의 인원을 보유하고 있는 BSR은 매년 10월 다기능 도로정비차량에 제설설비를 장착하고, 11월에는 동계서비스계획을 수립해 필요할 경우 즉시 제설차량을 투입할 수 있도록 대비한다.

도로정비작업은 여름에는 2교대지만 겨울에는 야간을 포함해 3교대로 실시된다.

BER도 환경을 고려해 염화칼슘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살포하도록 규정돼 있다.

(미국.유럽연합뉴스) 이명조 김경석 이성한 박상현 김현재 맹찬형 남현호 특파원 mingjoe@yna.co.krofcourse@yna.co.krkn0209@yna.co.krshpark@yna.co.krhyunho@yna.co.krmangels@yna.co.kr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