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수산식품부가 30일 대통령에게 보고한 '2010년 업무계획'은 크게 ▲농어업 경영 혁신 및 농어가 소득 증대 ▲농어업의 체질 개선 및 미래 준비 본격화 ▲안전한 식품의 안정적 공급 ▲농어촌 지역경제 활성화 등 4개 주요 과제로 짜였다.

농협.수협 개혁, 한식 세계화, '농업의 반도체'로 불리는 종자산업 육성 등의 사업은 계속 추진하면서 농어업 생산비용 절감, 4대 강 주변 둑 높이기 등 새로운 사업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 한우.돼지고기 값 5% 인하 여력 생겨
농어업 분야 비용 절감 운동이 본격화된다.

제조업 부문에선 이미 70년대 초반 시작된 작업에 뒤늦게나마 나서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농산물 품목조직, 농.수협 등이 참여하는 '비용절감운동본부'가 내년 중 설립된다.

비용 절감 사례를 전파하고 농가에 장부 쓰기 운동을 벌이게 된다.

축산 분야에선 사료비를 4천600억원(6%) 줄이기로 했다.

돼지는 백신 접종으로 질병을 근절해 모돈당 출하두수(MSY.어미돼지 한 마리가 연간 출산해 출하하는 새끼돼지의 마릿수)를 평균 14.8마리에서 17마리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한우는 사육 기간(출하월령)을 30개월에서 27개월로 줄이고 조사료(건초 등 섬유질 사료) 공급을 늘려 사료비를 낮출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7개월 된 소나 32개월 된 소나 1등급 품질이 나오는 비율은 비슷하다"며 "쇠고기의 품질은 떨어지지 않게 하면서 사육 기간을 단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에 맞춰 한우 등급판정 기준도 개편하기로 했다.

지금은 근육 내 지방 분포도를 중심으로 등급을 판정하고 있으나 이를 개선해 27개월 만에 출하해도 최고등급인 1++등급이 줄어들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여기엔 1++등급에 대해 '너무 지방이 많다'거나 '느끼하다'는 소비자의 반응도 고려됐다.

농식품부는 이렇게 사료비를 줄이면 한우나 돼지고기 값이 5% 정도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다만 내년부터 축산물 수출 드라이브를 본격화할 예정이고 축산물 수요도 느는 추세여서 실제 사료비 절감이 가격 인하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닭도 1.5㎏짜리 소형닭을 사료 효율이 높은 대형닭(2.5㎏ 이상)으로 점차 전환할 계획이다.

토지 특성에 맞춰 화학비료를 처방하는 맞춤형 비료 지원제를 도입해 화학비료 10만8천t을 줄이고 비료비도 1천44억원(11%) 절감하기로 했다.

채낚기 어선 217척의 집어등(물고기를 모이게 하는 등불)을 LED(발광다이오드)로 교체하고 대규모 온실 250㏊에 지열난방을, 중.소규모 온실 160㏊에 목재펠릿(압축목재 연료) 난방기를 보급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또는 에너지 절감 시스템을 보급해 에너지 비용 1천억원(4.7%)도 줄이기로 했다.

◇ 종자.생명산업 등 미래형 농업에 투자
종자산업, 생명산업 등 농업의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도 본격화한다.

2012년까지 '방사선 돌연변이 육종센터'를 설립하고 내년 중 '곤충산업 육성.지원법'을 제정해 관련 산업의 규모화, 전문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감귤에서 인공피부 소재용 겔을, 실크에서 인공뼈 소재를, 곤충에서 항생물질을 뽑아내는 등 동식물 자원에서 기능성 물질을 개발하는 생명공학 연구도 강화한다.

간척농지를 중심으로 대규모 미래형 농어업 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논밭 작물, 축산, 첨단 유리온실, 물류단지 등이 복합된 단지를 만들어 정부는 기반시설을 지원하고 민간 투자를 유치해 생산시설을 짓는다는 구상이다.

내년에 10㏊ 규모의 첨단 유리온실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2018년까지 새만금, 영산강, 화용 등 3만㏊의 간척지를 농업용으로 쓸 계획이다.

농협중앙회의 신용(금융)사업과 경제(농축산물 유통)사업을 쪼개는 신경 분리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재정, 세제 분야의 정부 지원 방안을 마련해 2011년까지 사업을 분리하고 경제사업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수협도 중앙회장, 부실 조합장의 비상임화 등 운영구조 개편을 위한 법 개정을 2월까지 마치고 중앙회 조직.인력을 10% 줄이는 한편 부실수협 4곳은 2011년까지 통폐합하기로 했다.

◇ 고독성 농약 퇴출하고 수입쇠고기에도 이력제
안전한 농식품 공급을 위해 20011년까지 고독성 농약 12종을 퇴출시킨다.

고독성 농약은 짧은 시간 동안 살포만 해도 중독될 수 있는 농약으로 음독.중독 사고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2011년 하반기부터는 축산항생제의 사료 첨가도 전면 중지된다.

수입 쇠고기에 대한 유통이력제도 내년 12월 도입돼 쇠고기를 사면서 원산지, 작업장, 등급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쌀 김치에 대한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도 100㎡ 이상 규모의 음식점에서 내년 12월부터 모든 음식점으로 확대된다.

쌀의 수급 안정을 위해 논에 콩이나 조사료, 밀 등을 심도록 유도하는 논 농업 다양화 방안도 도입된다.

대신 이런 작물의 수요 확대를 위해 콩 수매제나 수입량 관련 제도는 손질한다.

연간 밀가루 사용량(200t)의 10%인 20t을 쌀가루로 대체하는 '쌀가루 10% 프로젝트'도 추진된다.

면, 빵, 장류 등 수요 확대 가능성이 큰 분야에 시설 투자를 하고 R&D도 집중해 쌀 가공산업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쌀 선물거래 시범사업, 대형 쌀 유통회사 설립 등도 추진된다.

막걸리, 천일염 등 전통식품의 산업화에도 적극 나선다.

전통술에는 주 원료의 산지를 표시하는 원산지 표시제와 등급을 매기는 품질 인증제를 도입해 품질 고급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품질 인증제의 경우 약주와 과실주는 올해 시작됐고 내년에는 탁주(막걸리), 2011년에는 모든 전통술로 확대된다.

비영리재단인 한식재단을 2월 중 발족시켜 한식 홍보, 해외 한식당, 인증, 한식당 경영 지원 등의 업무를 맡길 계획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한식 세계화의 계기로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식량 안보, 식량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해외 농업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올해 5개국에서 8만t 수준의 곡물을 확보했던 것을 내년에는 6개국, 20만t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 농어촌 지역공동체 200곳 육성
마을 영농회사 100곳, 마을 어업회사 50곳, 농어촌형 공동체회사 50곳 등 농어촌 지역 공동체 200곳을 2012년까지 육성해 공동체의 자율 관리, 복지.고용 서비스 확대의 버팀목으로 삼기로 했다.

새만금 간척지는 수출형 복합 농업단지로 개발하기로 하고 내년 1월 중 개발 종합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600억원 규모로 조성될 '농식품 모태펀드'는 한우.양돈산업, 천일염, 전복 등을 투자 대상으로 해 내년 하반기 중 운용을 시작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또 재정 조기집행을 통해 내년에 신규 일자리 2만9천개를 창출하기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