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이번 주에 대책회의가 열릴지 모르겠네요. 뾰족한 해법이 없어 속터질 노릇입니다. "

신울진 원전 1,2호기 입찰을 둘러싸고 발주처인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낙찰자를 선정하지 못해 총 9차례 유찰되는 결과를 낳았다. 공사비가 1조4300여억원에 달하는 국가 기간산업 투자가 연이은 유찰로 공전을 거듭하자 한수원 측은 난감한 지경이다.

더 큰 문제는 발주처와 입찰 참여 건설사들이 유찰 책임을 서로 상대방에게 돌리는 바람에 향후 낙찰여부도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한수원 측은 건설사들의 과당 경쟁에 따른 저가 투찰(投札) 때문에 유찰사태가 빚어지고 있다며 건설사들에 화살을 돌렸다. 향후 국내외 원전 입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최신 설비인 신울진 원전 입찰에 건설사들이 사운을 걸고 뛰어든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2007년 신고리 3,4호기 입찰 때 기준금액 대비 낙찰가 비율이 61.5%에 불과했다"며 "원자재 가격 급등과 인건비 상승이 현실화하면서 낙찰 건설업체가 공사수행에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자칫 원전 시공품질이 떨어지고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한수원 측은 신울진 원전부터는 저가투찰을 막는 장치를 일정 부분 마련했다. 입찰가격이 터무니없이 제시되는 부적정 공종(工種) 수가 전체의 20% 이하여야 낙찰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규정도 건설사들의 저가 투찰 분위기를 막지는 못했다.

반면 대형 건설사들은 지나친 규제(입찰조건)가 유찰을 유도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A건설사 관계자는 "국제입찰에선 찾아볼 수 없는 원전건설 미실적 업체 포함,컨소시엄의 구성업체 수,대표사의 지분을 규정하는 입찰조건이 입찰자들을 숨막히게 한다"고 주장했다. B건설사 관계자도 "입찰과정에서 업계의 자율성이 확보되면 경쟁구도가 지금처럼 복잡해지지 않아 저가 투찰 가능성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수급 예측에 따라 2015년(1호기),2016년(2호기) 완공이란 목표를 달성하려면 유찰사태가 장기화돼선 안 된다. 더 이상의 공사유찰을 막으려면 외국업체 문호개방 등 획기적인 방법도 검토해볼 만하다.

장규호 건설부동산부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