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미국의 전문직 취업비자(H-1B)가 경기침체로 고숙련 전문직의 고용이 악화되면서 남아돌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 미국의 주요 하이테크 기업과 대학에 숙련된 인력을 공급해오던 H-1B가 올해 2003년 이후 처음으로 할당량을 채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경기침체 초기인 지난해엔 신청을 받기 시작한 첫째날에 할당량 6만5000건이 모두 동날 정도로 인기있던 H-1B는 올해 접수를 시작한지 6개월째인 9월25일 현재 4만6700건만 접수돼 할당량보다 1만8000건 이상 부족한 상황이다.

이는 경기침체로 H-1B의 최대 이용자였던 하이테크 기업들이 비용 부담 때문에 외국인력 고용을 크게 줄이고 있어서다.H-1B 비자를 신청하려면 일인당 5000달러가 소요된다.샌프란시스코의 줄리 펄 기업이민전문 변호사는 “고객사의 3분의 1이 H-1B 비자 신청을 1년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실업률이 9.8%까지 치솟는 등 고용시장이 악화된 상황에서 외국인을 채용하는 것에 대한 반감과 정치적 압력이 커지고 있는 것도 비자신청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의회에서는 구제금융을 받은 회사의 경우 외국인이 아니라 미국인을 우선 채용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이민당국도 외국인력 고용기업을 불시 방문해 외국인 근로자의 근무 상황을 수시로 조사하고 있다.이런 적대적 분위기속에서 그동안 H-1B 비자를 많이 이용했던 인도와 중국의 근로자들도 미국 취업을 꺼리고 있다.최근 중국과 인도 경제가 고속 성장하면서 자국에서 풍족한 삶을 즐길 수 있는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굳이 미국에서 차별받고 일하느니 자국에서 대우받으면서 일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하는 사람이 늘어서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