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자인올림픽 2009'가 10월9일부터 21일간 도심 곳곳에서 열린다. 디자인올림픽은 서울시가 '2010년 세계디자인수도'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마련한 국제 규모의 디자인 종합축제다. 행사기간에 서울은 '디자인 특별시'가 된다.

국제 컨퍼런스,전시회,공모전,각종 페스티벌 등 65개 프로그램이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된다. 잠실종합운동장과 서울광장,광화문광장,한강시민공원,서울숲,홍대 인근,지하철 압구정역 인근 등 곳곳에 형이상학적인 디자인 작품이 전시된다. 디자인올림픽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는 정경원 서울시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을 만났다.

정 본부장은 "이번 대회는 불황을 극복한다는 데 초점을 맞춘 '디자이노믹스(Designomics · 디자인+경제)' 개념으로 치러질 것"이라고 소개했다.

▶세계디자인수도의 개념부터 알아야 이해가 쉽겠습니다.

"국제디자인연맹(IDA)이란 곳이 있습니다. 이 연맹은 세계의 도시들이 디자인 면에서 더욱 아름다워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세계디자인수도 선정이죠.도시들이 '우리 도시는 디자인을 이렇게 개선하겠다'는 내용의 계획서를 내면 연맹이 심사해 한 도시를 선정합니다. 2007년 10월 싱가포르 두바이 등 20여개 도시들이 경합을 벌인 끝에 서울이 세계 최초로 '2010년 세계디자인수도'로 선정됐어요. 서울은 지난 3년 동안 도시 디자인을 바꾼 실적과 성과를 연맹을 통해 평가받아요. "

▶서울디자인올림픽은 세계디자인수도를 향한 실행계획인 셈이군요.

"맞습니다. 디자인올림픽은 세계디자인수도를 준비하는 과정의 하나로 보면 됩니다. 디자인올림픽을 미리 열어 시민들에게 디자인의 중요성을 각인시키고 생활화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죠.또 창의적인 디자인 작업을 통해 서울이 명실상부한 세계적 디자인 도시가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올림픽이란 말이 의미하듯 이번 디자인올림픽은 국내 행사가 아니라 국제행사입니다. 세계적인 디자인 작품과 인물이 한국에 옵니다. 디자인의 저변과 수준이 비약적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입니다. "

▶올해 서울디자인올림픽의 지향점은.

"작년엔 5만4000여명의 외국인을 포함,모두 200여만명이 관람했습니다. 국내외 유명 디자이너는 물론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도 상당수 참가했습니다. 그만큼 파급효과가 크다는 의미입니다. 올해엔 디자인을 사고파는 '장터'개념을 추가했어요. 디자인과 경제를 접목한 디자이노믹스로 세계적인 불황을 극복해보자는 취지이지요. '디자인 장터전'과 '월드디자인마켓'은 국내외 유명 디자이너와 디자인 회사가 최신 디자인 정보와 상품을 매매하는 곳이 될 것입니다. "

▶세계디자인수도 지정에 따른 기대효과는.

"세계디자인수도는 그 자체가 결과가 아니라 도시의 수준을 높이려는 하나의 프로세스입니다. 서울은 내년 한 해 동안 세계디자인수도로서 지위를 부여받고 각종 국제대회를 개최합니다. 또 그동안 축적된 디자인 역량을 세계에 선보입니다. 이를 계기로 디자인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죠.서울디자인올림픽 개최,동대문 디자인 플라자&파크(DDP) 건립,어린이 디자인창의력 캠프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각종 행사를 통해 국산품의 디자인 수준과 도시 브랜드도 동시에 향상시킬 것입니다. 도시 브랜드가 높아지면 관광객 증대와 문화산업 활성화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거지요. "

▶선진도시와 서울의 디자인 자산을 비교한다면.

"역사적인 전통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서울은 6 · 25 전쟁으로 인한 참화를 불과 50여년 만에 재건한 도시입니다. 고도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경제적인 논리에 매달리다보니 아직 선진국에 비해 기형적인 측면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세계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풍부한 디자인 자산을 갖추고 있어 발전 가능성은 높아요. "

▶유용한 디자인 자산은 어떤 것이 있나요.

"서울은 북한산 남산 관악산 아차산을 비롯해 여러 수려한 산과 한강이라는 빼어난 자연풍광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세계 어느 도시도 갖지 못한 장점이지요. 이런 천혜의 환경을 지닌 서울은 조선왕조 500년의 수도이자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도시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디자인서울' 프로젝트를 통해 이런 점들을 조화롭게 배치하고 개발한다면 서울은 조만간 품격 있는 도시로 탈바꿈할 것입니다. "

▶'디자인서울'을 시민들이 잘 모른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디자인서울'의 지향점은 도시 디자인의 수준과 중소기업의 디자인 경쟁력을 높이려는 것입니다. 도시 디자인 측면에서는 지금 많은 일들이 진행 중이죠.거시적인 프로젝트로는 남산르네상스,한강르네상스 등을 꼽을 수 있어요. 무질서한 도시를 비우고 인간 중심의 생태도시,문화가 살아 숨쉬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 단절된 도심의 녹지를 재생하는 사업들이지요. 디자인거리 조성,옥외 간판물 정비,공공디자인 표준안 마련 등 세부적인 프로젝트들도 '디자인서울'의 중요한 정책입니다. "

▶'디자인서울'의 산업적인 기여는.

"이제는 디자인으로 제품과 서비스가 선택받는 시대입니다. 디자인에 대한 안목이 성장해야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고 디자인 분야에 대한 투자도 확대됩니다. 우리나라가 유례 없이 짧은 기간에 정보기술(IT) 강국이 된 것도 IT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안목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선진국에 비해 디자인 산업화엔 200~300년 뒤졌지만 '디자인 붐'만 조성된다면 우리 국민들은 단기간에 격차를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디자인올림픽과 세계디자인수도를 유치한 것도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디자인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올해 대회의 주제는 '아이 디자인(i DESIGN · 우리 모두가 디자이너다)'입니다. 디자인이 편하게 다가와야 산업 경쟁력도 생기는거죠.그래서 '아이디어 상상체험관''문화가 있는 놀이터' 등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대폭 늘렸습니다. 디자인 공모전,특별 전시전,디자인교류전,시민참여전 등 30여개 프로그램도 준비했습니다.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은 놀이와 교육을 중심으로 한 디자인 문화체험공간으로 활용됩니다. 학부모,교사,일반 시민 등 10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디자인 교육이 목적이죠."

▶작년 디자인올림픽 때는 미비점이 적지 않았는데요.

"작년엔 행사장 동선이 복잡해 노약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올해는 누구나 편리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동선을 대폭 간소화했습니다. 잠실종합운동장에 한정됐던 행사 장소도 올해는 도심 곳곳과 한강시민공원 등으로 확대했습니다. "

▶디자인총괄본부는 언제 생겼나요.

"국제디자인연맹이 제1회 세계디자인수도를 선정하기 직전인 2007년 4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장 직속으로 만든 조직입니다. 총괄본부는 출범 직후부터 남산르네상스,한강르네상스 등의 개념을 도입한 정책을 만들어냈습니다. 획일적인 도심에 디자인 개념을 불어넣기 위해서였죠.이런 정책이 연맹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서울시의 디자인 시정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셈이죠."

▶향후 디자인총괄본부의 역할은.

"디자인올림픽과 세계디자인수도 선정 등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도시의 디자인 수준과 더불어 중소기업의 디자인 경쟁력을 높이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출 것입니다. "

글=김태철/사진=정동헌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