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축구 K-리그를 호령한 세르지오 파리아스(42)와 세계를 평정했던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61).
브라질 출신 감독이 아시아 프로축구 정상으로 가는 길목에서 제대로 만났다.

파리아스 감독이 지휘하는 K-리그 포항 스틸러스가 23일 오후 9시(이하 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JAR 스타디움에서 스콜라리 감독이 이끄는 부니오드코르(우즈베키스탄)와 200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원정경기를 치른다.

포항과 부니오드코르의 맞대결은 아시아 정상을 향한 두 브라질 출신 감독의 지략대결로 큰 관심을 끈다.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일찍 접고 20대 초반부터 지도자의 길을 걸은 파리아스는 브라질 청소년대표팀도 이끌었고, 2004년에는 '브라질 최우수 지도자 4인' 가운데 하나로 뽑혔을 만큼 능력 있는 감독이다.

브라질 출신으로 처음으로 K-리그 사령탑에 오른 그는 '파리아스 매직'이라는 말까지 만들어내면서 깊은 잠에 빠져 있던 명가 포항을 재건했다.

2005년 포항 부임 이후 2007년 K-리그, 2008년 FA컵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올해는 리그 컵대회(피스컵코리아)에서도 정상에 오르며 국내 대회 챔피언 타이틀은 모두 한 번씩 손에 쥐었다.

파리아스 감독은 "포항 부임 후 아직 아시아에서는 챔피언이 된 적이 없다"면서 이번 AFC 챔피언스리그에 좀 더 힘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파리아스의 이력은 스콜라리 감독에 비하면 그리 자랑거리도 못 된다.

스콜라리는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부니오드코르 지휘봉을 잡기 전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강호 첼시 감독을 맡았던 세계적 명장이다.

지난 6월 부니오드코르와 1년6개월 계약서에 사인한 스콜라리 감독의 연봉은 지도자 중 세계 최고인 1천200만 파운드(약 235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리아스 감독 몸값의 약 60배다.

게다가 부니오드코르는 AEK 아테네(그리스)에서 뛰던 한일 월드컵 우승의 주역 히바우두를 지난해 8월 이적료 1천400만달러(당시 약 150억원)에 영입하는 등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아시아 정상에 도전하고 있다.

일본 대표팀 감독 출신 지쿠의 지휘 아래 지난 시즌 리그와 컵대회 우승을 싹쓸이했던 부니오드코르는 올 시즌에도 23전 전승(승점 69)으로 2위 파크타코르(15승5무2패.승점 50)를 여유있게 제치고 리그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71골을 넣고 9점만 내주는 등 리그 수준을 의심하게 할 만큼 완벽한 독주 체제를 굳혔다.

히바우두는 현재 19골로 득점 1위다.

지난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4강까지 올랐던 부니오드코르는 올해는 2승2무2패로 D조 1위로 16강에 진출해 원정경기에서 알 이티파크(사우디아라비아)를 2-1로 꺾고 포항 앞에 섰다.

AFC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올 시즌 포항 스틸야드에서는 9승8무로 `안방 불패' 행진을 벌인 포항으로서는 이번 원정에서 무승부를 거둬도 손해 볼 것이 없다.

다만 원정다득점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비기더라도 점수를 뽑고 비기는 것이 유리하다.

2차전은 오는 30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다.

한편 K-리그 선두를 달리는 FC서울은 24일 0시45분 카타르 도하 카타르스포츠클럽에서 움 살랄(카타르)과 4강 진출을 다툰다.

서울은 자력으로는 조별리그 통과가 어려웠지만 기적같이 F조 2위로 살아남았고, 16강에서도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와 2-2로 비기고 나서 승부차기 끝에 5-4로 이겨 8강에 오르는 등 운이 따라줬던 만큼 끝까지 우승 기회를 살려나가겠다는 각오다.

서울로서는 중앙수비수 김치곤과 수비형 미드필더 김한윤이 경고 누적으로 이번 경기에 뛸 수 없다는 것이 조금 걸린다.

예선 조별리그 C조에서 조 2위를 차지한 움 살랄은 설기현이 몸담았던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과 16강 원정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해 8강에 합류했다.

포항과 서울 모두 8강을 통과한다면 두 팀이 준결승에서 맞붙는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