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텔레콤은 얼마 전 '아이디어 2.0'이라는 사내 제안 시스템을 도입했다. 직원 누구나 신규 사업이나 현장 업무 개선 제안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보고 절차마저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14일에는 한 줄짜리 아이디어를 올리는 '아이디어 팩토리'라는 사내 게시판을 만들었다. 이달 초부터 직원들이 자유롭게 팀을 꾸려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아이디어올림피아드'도 시작했다.

SK텔레콤도 지난 1일부터 신규 사업에 대한 '1페이지 아이디어 보고서'를 내고 이를 사업화하는 사내 행사를 벌이고 있다. KT는 지난 6월 KTF와의 합병에 맞춰 한 사람이 아이디어를 내면 다른 사람들이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제안을 완성해나가는 '아이디어 위키'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통신업계에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 작은 생각들을 모아 지혜를 만드는 '집단지성'을 이용해 신규 사업 발굴 등 성장 기회를 찾아보려는 의도에서다.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파격적 포상도 내걸었다. 전담팀을 구성해 마치 임원처럼 일하도록 지원하고 해외 연수 등도 보내준다. LG텔레콤은 아이디어의 사업화가 결정되면 제안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아이디어올림피아드 본선에 진출한 팀에는 전문가들의 자문 및 활동비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업무시간 중 10%를 동아리활동에 쓸 수 있도록 보장해 주고 있다.

SK텔레콤은 심사를 통과한 제안자에게는 전담팀을 꾸릴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사업 진행에 필요한 예산까지 지원해줄 계획이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14일 열린 1페이지 보고서 첫 번째 심사에 참여하며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신규사업 발굴,성장은 통신업체들에 어느 때보다 절실한 화두다. 유 · 무선 통신 가입자가 포화되면서 수년째 매출이 제자리 걸음이기 때문.기업용(B2B) 시장에서 새 활로를 찾으려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직원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주목하게 된 이유다. 신규사업 발굴뿐만 아니라 도전 · 창의정신을 불어넣는 문화운동으로 발전시키려는 기대도 크다. 시장이 정체되면서 사내 문화도 가라앉아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일재 LG텔레콤 사장은 "직원들이 회사 성장에 관심을 갖고 이를 통해 조직이 함께 발전하는 다이내믹한 성장문화를 정착시키는 게 '아이디어 2.0' 제도를 도입한 취지"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