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높은 실업률로 저임금 감수하는 구직자 급증

"일자리만 준다면야 임금 좀 깎는거야 감수해야죠"
높은 실업률속에 일자리를 찾고 있는 미국인들의 정서가 요즘 이렇다.

31일 미 CNN방송은 구직컨설팅회사인 넥스트 스텝스 커리어 솔루션(Next Steps Career Solutions)의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 구직자의 65%가 이전 직장에서 받던 급여보다 30%나 삭감된 임금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으며 3%는 40%까지, 4%는 절반까지 급여 삭감을 감수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경력관리자문회사를 운영하는 폴 버나드는 CNN과의 회견에서 "옛날같으면 직장을 옮길 때는 임금을 최소 10∼15% 정도 올려 받는 것이 기본이었지만 실업률이 두자릿수를 위협하는 지금은 20% 이상 임금삭감을 요구받는 것이 기본"이라고 전했다.

테네시주에 살고 있는 레베카 이슨(29)은 철강회사의 관리직으로 일하면서 연봉 3만3천달러를 받았으나 일자리를 잃고 난 후 지금은 시간당 9.25달러를 받으면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예전 임금에 비하면 40%나 삭감된 경우지만, 종전 직장과 달리 의료보험과 같은 혜택을 일절받을 수 없기 때문에 실제 임금삭감폭은 훨씬 더 큰 편이다.

이슨의 남편 크리스 역시 최근 실직한 후 종전보다 임금이 절반으로 줄어든 임시직으로 일하고 있다.

이슨은 임시직이기는 하지만 부부가 모두 일자리를 갖고 있는 것을 고맙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지만 주택대출 원리금 상환과 보험료, 생필품 구입 등 기본적인 지출에 부부의 수입 전액을 투입하며 빠듯하게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다.

이슨 부부의 상황은 경기침체가 시작된 이후 미국민의 가장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CNN은 전했다.

CBIZ의 자회사인 EFL어소시에이츠의 제이 메슈키 사장은 CNN과의 회견에서 "실직자들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종전 직장에서 받던 급여의 50%까지 깎이는 것을 감수하는 경우를 매일같이 보고 있다"면서 "식료품 구입과 자녀의 교육비, 건강보험료 등 매달 꼭 지출돼야 하는 항목을 생각하면 절반이라도 받고 일하는 것 외에 달리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삭감된 임금이 앞으로 경기가 회복된 이후 다시 예전수준으로 복원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린다.

향후 경기가 호전돼 고용시장이 공급과잉 상태에서 수요초과 상태로 탈바꿈할 경우 근로자들이 높은 수준의 임금을 요구할 수 있겠 된다는 견해가 있는 반면, 한편에서는 근로자의 최종 직장 임금이 몸값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들어 대폭 삭감된 임금이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