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최진실씨 유골함 도난사건이 19일로 발생 닷새째를 맞았지만 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단서가 발견되지 않는 등 경찰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 납골묘 앞에 설치된 CCTV는 사건신고 사흘 전인 12일 오전 5시 낙뢰를 맞아 고장난 것으로 확인됐으며,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소주병에서 나온 지문도 사건과 관련 없는 40대 남성 팬의 것으로 밝혀졌다.

10년 넘게 최씨를 쫓아다닌 '스토커' 성향의 남성 팬 역시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으로 수사는 묘 위치를 물어본 남성의 실체 규명과 최씨의 묘로 통하는 길목과 공원 입구에 설치된 CCTV 분석작업을 통해 용의자를 추리는데 큰 초점을 맞춰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묘 위치 문의전화 규명 = 경찰은 사건 발생 1주일 전 최씨 납골묘 위치를 물어본 50대로 추정되는 남성에 주목, 이 남성의 신원 파악을 위해 유골함 도난이 확인된 시점으로부터 이전 일주일치 통화내역을 분석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갑산공원으로 통하는 363번 지방도에 설치된 CCTV 녹화 화면 분석에서 단서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고, 납골묘의 깨진 대리석 조각 등에서 확보한 지문 감식 결과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씨 묘 위치를 물어본 남성의 실체와 묘 위치를 물은 경위를 규명하는 게 향후 수사과정에서 밝혀야 할 과제다.

경찰은 통화내역에서 의심되는 인물이 나오면 사건 당일 전후 행적을 조사해 혐의점을 찾아낸다는 방침이나 평소에도 최씨의 묘 위치를 묻는 전화가 갑산공원으로 자주 걸려왔다는 점으로 미뤄 사건을 풀어줄 실마리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증거물 분석에 기대 = 경찰은 갑산공원으로 통하는 지방도에 설치된 CCTV 2대의 녹화화면도 분석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CCTV 녹화 분량이 방대해 분석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지만 의심되는 인물이 나오면 의문점을 하나하나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또 12일 새벽 낙뢰를 맞아 사건당일 작동하지 않은 납골묘 주변에 설치된 CCTV에 6월27일~8월12일까지의 녹화화면은 남아있어 범인의 사전답사 유무 등을 확인하는 한편 납골묘의 깨진 대리석 조각 등에서 확보한 지문 감식결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범인 차량대신 등산로 이용 가능성 = 갑산공원 입구에서 최씨의 묘가 있는 곳까지 거리는 약 3㎞. 가파른 언덕길이 많아 걸어서 오르기는 쉽지 않다는 게 공원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갑산공원 전병기 관리소장은 "15일 새벽 0시30분까지 인근 사찰 관계자가 공원 입구를 지키며 시간을 보냈고 나는 공원 안 숙소에서 새벽 3시부터 깨어 있었는데 이 때 공원을 드나든 차량은 없었다"며 "차량을 이용했다면 15일 오전 1시~3시 사이에 범행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범인이 차량을 이용하는 대신 걸어서 묘에 접근한 뒤 유골함을 훔쳐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씨 묘에서 약 20m 떨어진 곳에 국철 양수역으로 통하는 등산로가 있어 범인이 걸어서 최씨 묘에 접근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갑산공원 관계자는 "등산로에서 양수역까지 약 4㎞ 거리인데 CCTV가 없고 유골함도 휴대하기 편한 지름 23㎝ 정도의 작은 항아리 형태여서 범인이 등산로를 이용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을 놓고 미신적인 믿음의 차원에서 저지른 무속인의 소행, 고인의 생전에도 통제할 수 없었던 열혈 팬의 소행, 돈을 노린 범행 등 온갖 추측만 난무하고 있다.

(양평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gaonnuri@yna.co.kr